‘지유샤’의 중학교 사회과 역사교과서 중 일부. “대동아전쟁과 아시아의 독립” “아시아의 해방을 내건 일본은 졌지만 아시아는 식민지에서 해방돼 독립을 달성했다”고 적혀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24일 결과를 발표한 중학교 교과서 검정에서 우익 성향의 역사교과서 2종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역사수정의주적 성향의 아베 신조 정부마저도 수용하기 어려웠던 내용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불합격 판정을 받은 중학교 역사교과서들의 내용을 살펴보니, 군국주의 시대의 주장을 연상시키는 내용까지도 포함돼 있었다. 불합격 판정을 받은 중학교 사회과 역사교과서는 ‘지유샤’(자유사)와 ‘레이와서적’ 책이다. 우익 사관을 토대로 역사를 기술해 동아시아 국가에서 비판을 받았던 일본 단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구성원이 쓴 교과서가 지유샤 책이다.
지유샤 역사교과서에는 ‘대동아전쟁과 아시아의 독립’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교과서는 “당시 아시아국가들은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의 식민지가 돼 고통을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전쟁 초기 일본군의 눈부신 승리는 아시아 사람들에게 독립에 대한 희망을 안겼다”고 적었다. 이 뒤에는 태평양전쟁 후기 아시아국가에 “다대한 희생을 강요했다”는 구절이 나오지만, 일본이 마치 아시아국가의 독립을 위해 태평양전쟁을 시작했다는 식으로 서술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대동아전쟁’이라는 표현은 일본이 아시아 식민지를 해방시키기 위해 전쟁을 했다는 왜곡된 의미를 담고 있어 일본 내에서도 이 표현을 쓰는 일 자체가 금기시돼 있다.
지유샤는 조선인 강제노동으로 악명이 높은 일명 ‘군함도’(하시마)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생활한 안내인에 따르면 생활 수준이 본토보다 높고 ‘탄광에서 일하는 사람과 그 가족들은 서로 도우면서 따뜻한 유대로 맺어졌다’”고 적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검정 의견이 1페이지에 1.2개를 넘는 경우 불합격 처리할 수 있다. 지유샤 교과서는 314페이지 분량인데 검정 의견이 405건에 달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불합격 판정을 받은 또다른 출판사인 레이와서적의 역사교과서에는 “역사상 조선왕조가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를 영유한 사실이 없다”고 적었다.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만인과 조선인도 본토에 건너와 징용공으로서 일했다. 징용공에게는 임금이 지급됐다”고 적었다. 마치, 강제동원 피해자가 자유의지로 일본에 건너와서 제대로 된 임금을 받았다는 식으로 서술한 것이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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