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계 거장이며, 만년에는 ‘반전 영화’ 제작에 매진했던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이 별세했다고 12일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향년 82.
오바야시 감독은 지난 10일 저녁 도쿄도 세타가야구 자택에서 폐암으로 숨졌다. 오바야시 감독은 <하우스> <전학생> <시간을 달리는 소녀>(SF 실사영화) 같은 독특한 작품으로 알려진 감독이다. 상업 영화 데뷔작인 <하우스>는 컬트 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공포영화다. 전쟁으로 연인을 잃은 여자의 집에서 여고생들이 악귀에 잡아먹힌다는 설정이다. 공포의 대상이 전쟁인 셈이다. <전학생>은 여학생과 남학생의 몸이 서로 바뀌며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 작품으로 한국 영화 <체인지>(1997년)의 원작이다.
오바야시 감독은 태평양전쟁 당시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히로시마 출신이다. 7살 때 패전을 경험했다. 유년시절 겪은 전쟁에 대한 참혹한 경험 때문에 생의 마지막에 반전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드는 데 몰두했다. 반전과 평화를 주제로 한 <해변의 영화관-키네마 보물상자>를 유작으로 남겼다. 이 영화는 오바야시 감독이 숨진 지난 10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감염 확산 때문에 개봉이 연기됐다.
오바야시 감독은 생전에 “일본인은 왜 그렇게 간단히 전쟁을 잊어버리는가. 그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모두에게 ‘자기 일’이 돼야 한다. 그게 가능한 것이 영화”라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