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회의원들이 코로나19 감염 확산 영향으로 태평양전쟁 에이(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를 보류했다.
일본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야스쿠니신사에서는 21일부터 봄 예대제(봄 제사)가 시작됐다. 초당파 일본 국회의원들 모임인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이틀 동안 열리는 이번 봄 제사 때 집단 참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야스쿠니신사는 근대 이후 일본이 일으킨 여러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로 태평양전쟁 에이급 전범 14명도 합사되어 있다.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1981년 결성 이후 봄·가을 제사와 패전일인 8월15일에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를 해왔다. 이 모임은 올해 8월15일에도 예년처럼 집단 참배를 할 계획이다. 지난해 가을 제사 때 현직 각료로는 2년 반 만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던 에토 세이이치 영토문제 담당상도 이번 봄 제사 때는 참배를 하지 않을 계획이다. 에토는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한국은 매춘 관광국이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라는 이름으로 공물을 봉납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12월 야스쿠니신사를 전격 참배했으나 미국이 “실망했다”고 비판하자, 이후 직접 참배는 하지 않고 공물을 봉납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일본의 식민침탈과 침략 전쟁을 미화하는 상징적 시설물인 야스쿠니신사에 아베 신조 총리가 또다시 공물을 봉납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는 일본의 지도급 인사들이 역사를 올바르게 직시하면서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논평을 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노지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