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일본 나가사키현 하시마. 한겨레 자료 사진
일본 정부가 조선인이 강제 노동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악명이 높은 하시마(군함도)를 포함한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유산’에 대한 전시 시설을 15일부터 일반 공개한다. ‘산업유산 정보센터’라는 이름의 이 시설은 조선인 강제 노동 피해를 부정하는 등 역사를 왜곡하는 내용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14일 산업유산정보센터 내 ‘군함도’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진 하시마 탄광의 전시 코너에 ‘한반도 출신자들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없었다’는 옛 섬 주민들의 증언이 영상과 글로 소개된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3월31일 도쿄 신주쿠구 총무성 제2청사 소재 산업유산정보센터 개관식을 열었으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일반 공개를 미뤄왔다. 센터는 15일부터 일반 공개되는데, 당분간 사전 예약을 받아 소수 인원에만 하루 세차례 공개될 예정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증언자 중에는 태평양전쟁 시기 어린 시절을 군함도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금은 작고한 재일동포 2세 스즈키 후미오도 포함돼 있다. 스즈키는 조선 출신자들이 ‘노예노동’에 내몰렸는지를 묻는 말에 “그런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나가사키현 하시마를 포함해 일본 내 23곳의 탄광·제철소를 메이지 시대(1868~1912년)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이라며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냈고, 2015년 등재에 성공했다.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에는 하시마 외에도 후쿠오카현 야하타제철소와 미이케 탄광 등 조선인이 강제 노동 피해를 당한 시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한국 정부가 당시 이런 사실을 지적하며 반대하자, 일본 정부 대표는 당시 세계유산 등재 심의에서 “(하시마 등 일부 산업시설에서) 과거 1940년대 한국인 등이 ‘자기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강제노역’했던 일이 있었다”며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정보센터 설치 등의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유산 정보센터는 완성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산업유산 정보센터를 일본 정부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단체는 재단법인 ‘산업유산 국민회의’라는 곳이다.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과 관련해 노동 분야 조사를 맡게 된 이 단체는 조선인 강제 노동을 부인하거나 희석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작성해왔다.
일본 정부는 2015년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성공 뒤 유네스코에 두 차례 이행상황 보고서 성격인 ‘보전상황 보고서’를 제출했다. 2017년 제출한 첫번째 보전상황 보고서에는 등재 당시 일본 대표 발언과는 달리 강제 노동 등의 용어는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한반도 출신자가 일본 산업 현장을 지원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를 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유네스코가 각 시설의 역사 전체를 이해하도록 전시하라고 다시 권고하자, 지난해 내놓은 두번째 보전상황 보고서에서는 조선인 강제 노동 피해에 대한 언급 자체를 아예 빼버렸다.
<교도통신>은 익명의 일본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이번 전시를 통해서 일본 식민지 지배 당시 하시마에서 조선인 노동자들이 비인도적 취급을 받았다는 그동안의 정설을 ‘자학 사관’으로 보고 반론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과거 사실을 은폐하고 ‘역사 수정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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