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불’ 창업주 손자인 워라윳 유위타야의 2017년 당시의 모습. AP 연합뉴스
세계적 스포츠음료 레드불 창업주의 손자의 뺑소니 사고를 불기소 처분한 타이 경찰이 그의 마약 복용 의혹까지 덮은 데 대해 황당한 해명을 내놓아 비웃음을 사고 있다.
2일 타이 영자지 <방콕 포스트> 등에 따르면 워라윳 유위타야가 2012년 뺑소니 사고를 낼 당시 몸에서 코카인 성분이 검출됐다. 당시 마약 조사를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경찰은 “치과 (마취) 치료 용도”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타이 치과협회가 “코카인은 부작용 때문에 치과 치료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경찰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심지어 타이 공중보건부 구강보건국장도 “치과 치료에 코카인을 사용하지 않은 지 100년은 됐다”고 말했다.
워라윳은 27살 때였던 2012년 9월3일 방콕 시내에서 페라리 승용차를 과속으로 몰고 가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했다. 그는 경찰관과 오토바이를 200m쯤 차로 끌고 가다가 그대로 내버려 둔 채 도주했다. 워라윳은 사고 뒤 체포됐다가 보석금 50만밧(약 1890만원)을 내고 풀려났다.
8년이 지난달 24일 타이 경찰은 워라윳에게 적용됐던 모든 혐의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타이에서는 검찰과 경찰이 부유층에게만 관대하다는 분노가 쏟아졌고, 여론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프라윳 찬오차 총리가 불기소 결정 과정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워라윳은 체포될 당시부터 음주운전을 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타이 경찰은 사고 뒤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여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사고 뒤 그의 몸에서 알코올뿐 아니라 코카인을 포함한 불법 약물이 검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타이 의회가 지난달 30일 경찰 관계자를 불러 이 의혹에 대해 추궁했더니, 경찰 관계자들이 치료 기록 같은 구체적 자료는 제시하지 못한 채 “치과 치료용이어서 조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방콕 포스트>는 전했다.
워라윳의 할아버지인 찰리아우 유위타야는 1984년 오스트리아 사업가와 레드불을 공동 설립했다. 2012년 숨지면서 220억 달러(26조4500억원)의 재산과 레드불 지분 50% 이상을 가족들에게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찰리아우는 타이의 3번째 갑부였다. 타이 시민단체 운동가들은 타이 반부패위원회(NACC)가 경찰과 검찰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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