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코로나19가 연일 확산되는데도 아베 신조 총리가 적극적인 대응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설명조차 내놓지 않으면서 비판 여론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일본 국민 10명 중 8명가량은 코로나19 과정에서 “아베 총리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7~8일 실시한 18살 이상 일본 국민 1083명에 대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4%가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베 내각에 대한 비판 여론은 지난달 조사보다 2%포인트 상승했으며, 2012년 12월 아베 총리 재집권 뒤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베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33%)는 것이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부실한 코로나19 대책이 아베 총리에 대한 불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응답자의 78%는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베 정부는 경제 활성화 대책과 코로나19 방역을 놓고 갈팡질팡하다가 감염자만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루 확진자는 지난달 29일 1천명을 넘은 뒤 5일 연속 1200~1500명대를 유지했고, 지난 3일 960명대로 잠시 떨어졌다가 4일부터 다시 6일 연속 1천명을 웃돌고 있다. 9일에도 1447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했다. 특히 아베 정부의 여행지원 정책이 확진자를 전국적으로 퍼지게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민의 85%가 여행지원 정책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 중앙정부가 코로나19 대책에 소극적으로 나오자, 지방정부는 긴급사태를 선언하는 등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베 총리는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건강이상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9일 나가사키시에서 열린 피폭 75주년 위령 행사 뒤 18분간 기자회견을 하면서 2개의 질문만 받았다. “아직 질문이 있다”는 기자들의 요청이 이어졌지만, 총리는 이를 무시하고 자리를 떴다. 앞서 6일 히로시마에서도 15분가량 기자회견을 한 뒤, <아사히신문> 기자가 추가 질의를 받으라고 소리치자 오히려 관저 직원이 기자를 제지해 비난을 샀다.
여당 안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국민이 불안을 느끼고 총리의 메시지를 듣고 싶어 할 때는 제대로 (회견을) 여는 것이 좋다”고 쓴소리를 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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