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1야당 입헌민주당과 제2야당 국민민주당이 각각 해산하고 새로운 당을 만드는 방식으로 합당하기로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덩치 큰 두 야당의 결집은 현 정권에 상당한 압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민주당은 지난 19일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의원 총회를 열어 당을 해산한 뒤 입헌민주당과 신당을 만들기로 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두 정당은 다음달 중 신당 이름을 정한 뒤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다만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합당에 찬성하고도 소비세 감세 등 일부 정책 방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신당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 국회는 중의원(하원, 전체 465석)과 참의원(상원, 전체 245석)으로 구성되며, 입헌민주당은 89석(중의원 56석, 참의원 33석), 국민민주당은 62석(각 40석, 22석)을 차지하고 있다. 신당에는 국민민주당 대표 등 일부가 빠지긴 하지만 두 당 대부분의 의원들과 무소속 일부가 합류해 150석가량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통합신당이 집권여당 의석의 3분의 1 수준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연립정권을 이루는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여당의 중·참의원 의석은 전체 3분의 2에 조금 못 미치는 454석이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등의 여파로 자민당에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은 2016년 3월 민진당으로 이름을 바꾼 뒤 2017년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으로 다시 갈라졌다가 이번에 3년 만에 통합을 이룬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국민민주당이 통합을 결정한 데는 ‘이대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소속 의원들의 생존 위기감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지난 8~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은 35.5%인 반면 입헌민주당 4.2%, 국민민주당 0.7%로 조사됐다. 국민민주당은 제2야당이면서도 일본유신회(2.8%), 공산당(2.7%) 등 다른 야당보다도 지지율이 낮아 위기감이 커졌다.
두 당의 지지율을 합산해도 당장 ‘자민당 1강 체제’에 맞설 수준은 아니지만,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현 정권에 대한 국민 불만이 커진 만큼, 합당을 통해 중의원 선거에서 반등을 노려보겠다는 생각이다. 아베 정권을 지지하지 않지만 “대안이 없다”며 할 수 없이 자민당을 찍는 유권자들이 우선 공략 대상이다. 무소속 그룹을 이끌고 신당에 참여할 예정인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는 “국민들이 언제라도 정권을 담당할 수 있는 집단이 생겼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후쿠야마 데쓰로 입헌민주당 간사장도 19일 기자들에게 “돌아온 민주당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신당은 새로운 강령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겠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