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에이치케이> 히로시마 방송국은 1945년에도 트윗이 있었다고 가정하고 당시 중학교 1학년 소년이 원폭 투하 전후 상황을 전하는 형식으로 지난 3월부터 연재를 시작했다. 트윗 갈무리
일본 공영방송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1945년 히로시마 원폭 투하 전후 상황을 전하는 가상의 트위트를 연재하면서 한국인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을 올려 논란이 된 가운데 현지 시민단체가 해당 트위트를 삭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 시민단체 ‘피스필로소피센터’는 트위트를 올린 <엔에이치케이> 히로시마 방송국을 5일 방문해 “한국인의 부당성을 부각시키는 내용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삭제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항의문을 전달했다고 <교도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항의문 서명에는 피폭 피해자인 사로 세츠코씨와 히라오카 다카시 전 히로시마 시장 등 306명이 참여했다.
문제가 된 것은 이 방송이 1945년에도 트위터가 있었다고 가정하고, 당시 중학교 1학년 소년이 원폭 투하 전후 상황을 전하는 형식으로 ‘1945 히로시마 타임라인’이라는 제목을 붙여 지난 3월부터 올린 트위트 내용이다.
예컨대 ‘1945년 6월16일’이라고 가정해서 올린 트위트에서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 등 역사적 배경 설명 없이 “조선인 놈들은 ‘이 전쟁은 곧 끝난다’, ‘일본은 질 것이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고 소년의 발언을 전했다. 전쟁이 끝난 1945년 8월20일 가상 트위트엔 “조선인이다. 전승국이 된 조선인 군중이 열차에 올라 탄다”라며 “‘우리들은 전승국 국민이다. 패전국은 나가라’ 압도적인 위력과 박력. 고함을 치면서 초만원인 열차의 창문을 깨부순다”고 쓰여 있다. 이 트위터는 팔로워가 13만명이 넘는다.
이에 대해 피스필로소피센터의 노리마쓰 사토코 대표는 4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관련 심포지엄에서 “조선에 뿌리를 둔 사람들은 폭동을 일으키는 무서운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NHK는) 글을 통해 공포감을 품게 된 사람들에 대한 사죄도,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배한 가해 역사에 대한 언급도 없다”고 강조했다.
반발이 커지자 히로시마 방송국은 지난 8월24일 “피폭자의 수기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한 것으로 충분한 설명 없이 내용을 올린 것이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들지 배려가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방송국은 문제가 된 트위트를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 둬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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