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제도화되면서 지방으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일본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도시 사람들이 대거 지방으로 이주하면, 일본의 고질적인 문제인 도쿄 집중 완화와 지방 활성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어서다.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도쿄에 있는 회사를 다니면서 재택근무 방식으로 지방으로 이주한 사람에게 최대 100만엔(11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자기 지역으로 이주할 경우, 중앙 정부와 별도로 최대 1600만원까지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지방 살리기’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 혼슈 남동부에 있는 이바라키현 히타치시는 재택근무자가 이주하면 통신기기 비용 등 최대 151만엔(약 16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다른 지역에 있는 기업에 다니지만 재택근무로 히타치시에서 살기 위해 이사를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며 지원 연령은 39살까지다. 시는 자신의 집뿐 아니라 마을 안에 있는 전망 좋은 숙박시설, 카페 등에서 일할 수 있도록 ‘무료 쿠폰’도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3년 안에 이사를 가면 지원금 전액, 3~5년 사이는 반액을 반환해야 한다.
일본의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지방 이주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실제로 사회 전반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지금이 지역 활성화의 적기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근무를 아예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려는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일본 3대 금융그룹인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지난달 핵심 계열사인 은행, 증권 본점 직원 1만2천명 중 25%인 3천여명을 코로나19가 종식 이후에도 재택근무 방식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정보기술(IT)업체 후지쓰도 지난 7월부터 8만여명의 사무직 전원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후지쓰는 재택을 기본으로 하면서 소비자 상담과 온라인 회의 등을 할 수 있는 위성사무소 250개를 설치해 ‘일하고 싶을 때 원하는 곳에서 일하는’ 체계를 만들어 운영하기로 했다. 이전엔 ‘탈도쿄’, ‘탈도시’를 하려면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하거나 농사‧장사‧예술 활동 등 삶 전반을 바꿔야 했는데, 재택근무가 자리잡으면서 지방 이주가 현실적으로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쿄에서 지방으로 이주하면 집은 넓어지고 비용은 절반 이하로 줄어 든다”며 “아이가 있는 집은 자연을 체험하며 육아를 할 수 있어 지방 이주를 선택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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