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27일 결정하려다 연기했다. 어업인은 물론 국민적인 반대 여론이 높았던데다, 도쿄전력이 2015년 ‘어업인 합의 뒤 처리’를 문서로 약속했던 데 따른 불가피한 조처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을 보면,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출의 반발을 줄이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결정을 미룬 것 같다고 보도했다. 해양 방출 방침은 유지하지만, 설득할 시간을 벌겠다는 뜻이다.
오염수 바다 방출을 놓고 일본 내 반발은 거세다.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어업인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전국 단위 어업단체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해양 방류에 절대 반대한다. 어업인 전체의 뜻”이라며 경제산업상, 환경상, 농림상 등 정부 고위 관계자를 잇따라 만나 압박했다.
이들은 정부와 도쿄전력이 5년 전 했던 약속을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쿄전력은 2015년 8월 사장 명의로 오염수 해양 방출과 관련해 “관계자(어업인)가 이해하지 않으면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는다”라고 문서로 약속한 바 있다.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 요청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당시 약속은 정부와 어업인 사이에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지점”이라고 전했다. 어민들은 오염수가 해양 방출될 경우 일본의 바다가 ‘방사성 물질 오염 지역’으로 인식돼 “일본 어업 전체를 망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어업 종사자들을 설득하지 않고는 해양 방류를 시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강력한 보상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후쿠시마 등 특정 지역이나 기간을 정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피해를 보상할 예정”이라며 “수산물 등 가격이 하락했을 경우 도쿄전력이 매입하거나 보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대응팀 설치도 검토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의 부정적 여론이 큰 것도 부담이다. 일본 정부는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 온라인 등으로 일반 국민 의견을 듣는 ‘퍼블릭 코멘트’ 절차를 지난 7월까지 실시했고, 최근 결과가 알려졌다. <마이니치신문>은 “전체 4011건 중 인체 유해 등 안전성 우려가 2700건, (방사능 오염 지역 등) 부정적 이미지에 대한 걱정이 약 1천건에 달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삼중수소 등은 국제 기준치 이하로 희석시켜 방류하면 국제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 안팎의 심리적·사회적 저항이 큰 만큼, 정보를 제대로 전달해 피해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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