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년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에 참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일본 정치권에서 확산되고 있다. 일본 안에서는 방일 가능성이 낮은데 왜 이런 말이 계속 퍼지는지 뒷말이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내년 여름 일본에? 정부·여야에 퍼지는 억측의 배경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16일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의 방일이 일본 정가에 오르내리게 된 직접적인 계기로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발언을 지적했다. 지난 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입헌민주당 하쿠 신쿤(한국명 백진훈)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도쿄올림픽을 맞아 일본에 오면 회담에 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고, 스가 총리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스가 총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위원장과 무조건 만나 해결하고 싶다”며 “아무리 작은 기회라도 놓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총리의 이 발언이 김 위원장의 도쿄올림픽 초청 가능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 정보기관 수장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일본을 방문해 지난 10일 스가 총리를 만난 뒤 ‘김 위원장 방일’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확산됐다. 한국 일부 언론에서 도쿄올림픽에 김 위원장을 초청해 한-미-일,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싶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라며 박 원장이 이를 스가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구체적인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변했지만 말은 계속 퍼졌다. 스가 총리의 측근인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도 지난 13일 밤 일본 민영방송 <비에스(BS) 후지> 생방송에 나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외교의 활로를 찾는데, 도쿄올림픽을 활용하겠다는 것은 매우 좋은 생각”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일본 안에서는 전례가 없는데다 여론 등을 감안했을 때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역대 올림픽을 살펴보면 북한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2인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했고, 2018년 한국의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엔 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특사 자격으로 방문했다. 반면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중국이나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직접 방문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다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싱가포르(2018년 6월), 베트남 하노이(2019년 2월)를 방문한 적이 있다.
북한은 일본과 지난 2002년, 2004년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었는데, 장소는 모두 북한 평양이었다. 최고지도자의 ‘안전’을 가장 중시하는 북한의 방침에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북한 쪽이 김 위원장 방일에 응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전했다. 북한에 대한 일본 내 반발 여론이 높아 스가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할 가능성도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오랫동안) 납치 문제가 진전되지 않았고, 북한은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 초청이 스가 정부에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회담이 성사됐다고 해도 납치 문제에 성과를 얻지 못하면 스가 정부로써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현재 ‘김 위원장 방일’은 실현성이 낮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