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1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 신주쿠교엔에서 열린 ‘벚꽃을 보는 모임’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일본 내각총리관저
일본 검찰이 정부 공식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과 관련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고발된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3일 보도했다. 벚꽃 모임 사건은 국유지 매입과 수의학부 허가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고 의혹을 받는 모리토모학원, 가케학원 문제와 함께 아베 전 총리의 ‘3대 스캔들’로 꼽힌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아베 전 총리의 비서, 지역구 지지자 등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에 불려간 사람만 20여명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18년 4월 아베 전 총리의 지역구 주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도쿄 최고급 호텔에서 열린 벚꽃모임 전야제 비용의 일부를 아베 전 총리 쪽이 지원했는지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호텔에 지급된 총액이 참가자들로부터 걷은 액수보다 많고 그 차액을 아베 전 총리 쪽이 대신 냈다면, 정치인이 유권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셈이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이날 “아베 전 총리 쪽이 비용의 일부를 부담했다는 것을 증명할 영수증이나 명세서를 호텔 쪽이 작성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고 전했다.
‘벚꽃 모임’은 일본 총리가 정·재계나 문화계 등 공로가 인정된 각계 인사를 초청해 벚꽃을 보며 환담을 하는 정부 행사다.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2018년 전야제 행사의 경우, 아베 전 총리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에 사무소를 둔 정치단체 ‘아베 신조 후원회’ 주최로 약 800여명이 참여했다. 행사 취지와는 달리 상당수의 참가자가 아베 전 총리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 관계자로 채워져 정부 행사를 사유화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아베 전 총리 쪽은 참가자들이 1인당 5천엔(약 5만4천원)의 참가비를 냈고 이 돈으로 호텔 식비를 충당했다고 주장했다. 회비도 호텔 쪽이 제시한 액수로 아베 전 총리 사무소 직원이 돈을 모아 전달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이 호텔의 음식 가격이 1인당 1만1천엔 정도임을 감안하면, 회비와 식비의 차액을 아베 전 총리 쪽이 보전했을 거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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