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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 호리에 사장 체포에 충격 “자본주의의 자살”

등록 2006-01-24 07:06

"자본주의의 자살이다"

벤처신화를 탄생시켰던 일본 라이브도어 그룹의 호리에 다카후미(.33) 사장이 23일 주가조작과 분식회계를 지시한 혐의로 전격 체포되자 일본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자본주의의 첨병인 정보.통신(IT) 분야 개척과 기업 인수.합병(M&A)에서의 신화적 수완을 배경으로 신경제인으로 추앙받던 호리에 사장의 몰락은 버블 붕괴 이후 척박해진 일본 배금주의의 어두운 일면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각계에 경각심을 던져주고 있다.

TV 인터뷰에서 한 시민은 호리에 사장에 대해 "허업가"라며 개탄하며 혀를 찼다. 신문들의 호리에 사장의 체포소식에 호외를 발행했고 TBS와 아사히TV 등 민영방송은 공중에 헬기를 띄워 그가 흰색 밴을 타고 구치소로 향하는 장면을 생방송했다.

호리에 사장을 '개혁의 총아'로 내세우며 지난해 중의원 선거전을 '개혁 대 반개혁'의 구도로 몰아갔던 자민당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호리에 사장과의 거리두기에 주력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중의원 답변에서 "이번 사건과 선거지원은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했으나 중의원 선거전에 그를 끌어들여 반대파를 쓰러뜨리는 '자객'으로 활용했다는 오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다케베 쓰토무 자민당 간사장은 이날 성명을 내어 "혐의가 사실이라면 자유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건으로 시장과 투자가를 속인 죄는 크다"며 "신시대의 경영자로서 기대했던 만큼 유감"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자민당 의원들은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마에하라 세이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자민당이 호리에 사장을 '고이즈미 개혁'의 총아처럼 광고탑으로서 활용한 것이 (고이즈미) 붐을 만든 요인이었다"며 공세를 예고했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가 이번 사건과 선거지원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밝힌데 대해서도 "언어도단"이라며 "호리에 인기로 자민당이 표를 많이 모았다고 생각한다. 전혀 관계없다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반박했다.

일본 재계의 본산격인 니혼게이단렌의 오쿠다 히로시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체포 소식에 놀랐다. 현재 수사중인 만큼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충격 속에 말을 아꼈다.

그는 라이브도어가 지난해 12월 게이단렌의 회원이 된 사실에 대해서는 "(조치를) 별도로 강구하겠다"고 밝혀, 수사 진전에 따라서 라이브도어가 게이단렌으로부터 축출당할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라이브도어 사원들은 충격 속에 호리에 사장에 대해 이런 저런 부정적 말들을 내놓고 있다. 한 사원은 호리에 사장이 최근 지명도가 올라가면서 연일 TV에 나오자 사내에 질렸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호리에 사장이 신입사원 최종 면접시 면접 대상자들에게 "당신이 하려는 일은 돈이 되지 않는다"며 오로지 "돈이면 된다"는 자신의 철학을 내세웠는가 하면 사원들에게 일체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지 않아 그의 '카리스마'에 위화감을 느끼는 직원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브도어는 이날 호리에 사장의 체포 소식에 "현시점에서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변호사를 통해 정보수집을 서두르고 있다"며 "임원회의에 대해서는 회사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신속히 결정해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해 라이브도어로부터 기업사냥을 당했다가 가까스로 회생한 뒤 제휴관계를 맺었던 후지TV는 수사의 진전상황을 지켜보며 제휴관계 해소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사실상 관계절연의 수순에 들어갔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이날 라이브도어와 계열사인 라이브도어 마케팅 주식에 대해 상장폐지 기준에 저촉하는지를 심사하기 위한 감리종목으로 지정했다.

교도통신은 "라이브도어의 수법은 자본주의의 자살이자 추락"이라며 "라이브도어는 자체적 비즈니스 모델을 키우지 않았으며 기업 매매만을 통해 마치 부가가치를 창조하려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며 금융 수법을 구사한 허구의 비즈니스 모델 밖에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http://blog.yonhapnews.co.kr/shin17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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