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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호리에 영웅만들기’ 언론도 책임 커

등록 2006-01-24 19:33수정 2006-01-24 21:33

호리에 ‘영웅 만들기’ 언론 책임 커
호리에 ‘영웅 만들기’ 언론 책임 커
[지구촌파일] 자민, 고이즈미 개혁상징 부각 ‘거품’ 키워
전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일본 ‘벤처의 총아’ 호리에 다카후미(33) 라이브도어 사장의 몰락은 극적인 드라마다. ‘구멍’이 숭숭 뚫린 일본의 금융 관련 법률을 조롱하듯 편법·탈법을 일삼으며 기업 인수합병에 주력해 ‘벤처 신화’를 이룬 호리에는 지금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호리에는 도쿄대 재학 시절인 1996년 홈페이지 제작업체 설립을 시작으로 벤처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10년 만에 40여개사를 거느린 그룹의 총수로 발돋움했다. 초고속 성장의 비결은 거침없는 ‘기업사냥’이었다. 2004년 프로야구 긴테쓰 구단 인수에 나서 전국적 지명도를 얻었고, 지난해 후지텔레비전 인수전에 뛰어들어 벤처사업가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그는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을 일구는 것이 꿈이라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몇차례 인수합병에서 재미를 톡톡히 봤다. 이런 초기의 성공은 그의 ‘폭주’를 부추겼다. 그가 무리수를 거듭한 데는 라이브도어가 야후·소프트뱅크·라쿠텐 등 선발 벤처업체들과 비교해 검색·쇼핑몰·포털 등 어느 분야에서도 강점이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특히 호리에의 몰락은 그의 ‘금전지상주의’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돈이다. 사람의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있다.” “투자가에게 (정도니) 사도니 하는 것은 관계없다.” 그는 법의 허점 악용은 물론 불법도 서슴지 않을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던 것이다. 한 경제전문가는 이미 지난해 3월 라이브도어의 재무자료를 분석해 분식결산의 의혹이 극히 농후하며, 상장 폐지도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물건을 만들어 돈을 버는 것을 ‘정도’로 여겨온 일본 사회에서 호리에의 이단적인 발언과 행태는 격렬한 논쟁을 몰고 다녔다. 한쪽에선 그의 시간외 주식거래와 과도한 주식분할 등을 비난하면서 그의 경영수법을 ‘머니게임’ ‘연금술’이라고 깎아내렸다. 반면, 다른 한쪽에선 그를 규제투성이의 꽉 막힌 일본 사회에 숨통을 틔운 영웅으로 받들었다. 그의 ‘영웅 만들기’에는 그를 고이즈미 개혁의 상징으로 부각시킨 자민당과, 시청률을 의식해 ‘호리에 모시기’에 앞장서온 매스컴도 한몫했다.

강도 높은 수사에선 기득권 세력의 ‘보복’이라는 냄새도 풍긴다. 그렇지만 신화는 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호리에의 공과를 따져 제도 개혁을 서두르는 것이 일본 사회에 남겨진 숙제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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