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첫 전화 회담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미-일이 함께 추진하게 됐다며 상당한 성과로 받아들이기는 분위기다. 이 외교 전략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부터 있던 것으로 ‘트럼프 지우기’에 나선 바이든 정부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미-일) 두 정상이 인도‧태평양 정책에 대해 ‘자유롭고 개방된’ 이념을 공유한 의의는 크다”고 29일 평가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일 정상 전화회담 뒤 백악관과 일본 총리 관저의 발표에 그대로 반영됐다.
일본 정부는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인도‧태평양 전략이 흔들릴까봐 노심초사해왔다. 이 전략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2016년 8월 케냐에서 개최된 아프리카개발회의 기조연설에서 처음 밝힌 일본의 핵심 외교방침이다. 2017년 취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채택해 미-일이 보조를 맞춰왔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경제성장, 안전보장을 놓고 협력하는 것이 목표로 돼 있다. ‘법의 지배에 기초한 해양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거점화를 추진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지우기’에 나선 바이든 정부가 문구를 바꾸는 등 변화를 시도할까봐 우려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뒤 바이든 대통령은 스가 총리와 전화 회담을 하고 나서 발표한 자료에 ‘자유롭고 개방된’ 대신 ‘번영하고 안전한’이라고 표현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자유롭고 개방된’이라는 가치는 중국을 견제하는데 빠져서는 안 된다”며 “이는 트럼프 정부가 아닌 일본이 만든 개념이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나 동남아시아, 유럽에도 지지가 퍼져 있다는 논리로 설득을 거듭해 왔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회담 직전까지 (바이든) 새 정부 안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많이 사용한 표현을 이어받는 것에 반대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미국과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등 4개국의 ‘쿼드’(Quad·4자) 추진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쿼드는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처음 열렸으며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에서 두 번째 모임을 갖고 정례화를 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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