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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의 ‘택시 전쟁’

등록 2006-01-30 19:39

규제완화로 과당경쟁…최저생계비도 못 건져
일본 대도시의 웬만한 환승역 주변에선 택시들이 몇십대씩 늘어서 있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장기불황 여파로 손님은 줄어든 대신, 규제완화로 택시는 늘어난 때문이다. 대도시에선 택시 운전사들의 승객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 ‘택시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다.

일본의 ‘살인적’ 택시요금은 널리 알려져 있다. 기본요금(2㎞ 주행)이 660엔(6천원) 정도다. 여기에 기업들이 경영악화로 직원 교통비를 줄임으로써 승객 감소에 일조했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2004년 택시 이용객은 1999년에 비해 5% 줄었다. 반면, 2002년 택시 수는 5% 가량 증가했다. 택시 1대의 하루평균 수입은 99년보다 3500엔이나 감소했다.

대부분의 택시회사는 업적급 제도여서, 승객 감소는 운전사들의 열악한 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직결된다. 후생노동성 조사를 보면, 2004년 택시 운전사의 연간 수입이 전체 산업 평균의 60%에 못미치는 308만엔에 그쳤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최저임금을 밑도는 사업장도 367곳이나 적발됐다. 경쟁이 가장 심한 오사카에선 아침 7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일을 해도 한달에 15만엔을 벌기가 어렵다. 자동차노조에 따르면 2003년 37개 광역지자체에서 운전사의 평균 연수입이 생활보호비의 지급기준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노동시간은 전체 산업 평균보다 10% 많았다. 특히 택시업계에선 택시 구입 비용이 적기 때문에 택시 수를 마구 늘리고 있다. 택시 1대당 수입이 감소한 것을 대수를 늘려 벌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야기현 택시협회는 2004년 현청 소재지인 센다이시를 특구로 지정해, 택시의 수급을 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일부 대도시에선 택시 운전사들이 과당경쟁으로 저임금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기업의 구조조정 확대와 공공사업 예산 감축 등으로 갈 곳이 없게 된 실업자들이 운전대를 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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