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종군 위안부’라는 용어가 강제성을 띄고 있다며 부적절하다고 결정한데 이어,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를 상대로 사실상 수정 압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달 18일 교과서를 만드는 약 20개 출판사의 편집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검정에 합격한 교과서의 기술정정 관련 온라인 설명회를 열었다고 <아사히신문>이 18일 보도했다. 교과서의 개별 문구에 대해 정부가 설명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회의에 참석한 출판사들은 “정정 신청에 대한 설명회는 들어 본 적이 없다. (교과서를) 정정하라는 지시로 받아들였다”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신문은 복수의 출판사 관계자를 인용해 “문부성이 ‘종군 위안부’ 표현과 관련해 정정 권고 가능성도 언급했다”고 밝혔다. 출판사가 자발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정부가 권고를 통해서라도 바꾸겠다는 압력으로 풀이된다. 문부성의 교과용도서 검정규칙에 권고 규정이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적은 없다고 한다. 한 출판사의 집필자는 이 신문에 “권고가 내려지면 (정부의) ‘권고 받은 교과서’로 낙인 찍혀 교과서 채택에 불리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와 올해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고등학교 교과서 중 일부에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이 적혀 있다.
정부 규칙에 적힌 검정교과서 기본 원칙은 교과서 정정은 문부성의 승인을 받아 출판사가 하도록 규정돼 있다. 정부가 교과서를 수정하라고 출판사의 팔을 비트는 것은 규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문부성은 “(이런 설명회가) 별로 없는 일이긴 하지만, 국회에서 논의된 것을 소개하는 목적”이라며 “정정은 출판사의 판단”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교과서 수정 압박에 나선 것은 지난 4월 각의(국무회의) 결정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줬다. 일본 정부는 바바 노부유키 일본유신회 중의원이 ‘종군 위안부’라는 용어에는 군에 의해 강제 연행됐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질의한 것에 지난 4월27일 각의에서 “종군 위안부 대신 ‘위안부’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답변서를 채택했다.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등 일본 우익 세력은 ‘위안부’의 강제성을 지우기 위해 ‘종군 위안부’ 표현을 삭제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는데, 국회의원의 문제제기를 통해 정부가 호응한 모양새가 됐다. ‘종군 위안부’는 지난 1993년 일본 정부가 공식 발표한 ‘고노 담화’에도 사용됐다. 이번 교과서 수정은 일본군 ‘위안부’의 동원과 생활에서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후퇴시키기 위한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한편 최근 한국에서도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일본과 전혀 다르다. ‘군대를 따라 전쟁터로 나간다’는 의미의 ‘종군’이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것을 경계해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대신 일본군의 책임을 분명히 드러낸다는 차원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표현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는 일본군 ‘위안부’를 ‘성노예’로 규정한 바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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