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머서교회 교인들이 예배를 올리고 있다. 너머서교회는 어른과 어린이가 동등하게 예배를 주관하고 참여하는 만민 제사장주의를 지향한다. 50여 명의 교인들은 안해용 목사의 믿음과 실천이 이제 낯설지 않다. 너머서교회 제공
한겨레21
[표지이야기] 소득세 신고로 세금 내는 천주교와 일부 개신교 교회들… “종교인도 의무 수행할 시민” 주장에도 꿈쩍 않는 대형교회·사찰들
목사의 머릿속에 생선 가시가 박혀 빠지지 않았다. “유다인이나 그리스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아무런 차별이 없습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러분은 모두 한 몸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라는 <갈라디아인들에게 보낸 편지>(3:28) 구절이 잊혀지지 않았다. 안해용 목사는 주말 교인이 2천 명 넘는 서울 강남의 한 중형 교회 부목사였다. 맞지 않는 옷이었다. 42살의 젊은 목사는 건물이 없고 목사와 평신도, 어른과 어린이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교회를 만들고 싶었다. 만민이 제사장이라는 게 예수의 가르침이라고 목사는 생각했다. 인터넷에 올릴 개척교회 소개글을 상상하는 일은 즐거웠다. “너머서교회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이상적인 교회상을 구현하기 위해 ‘개혁과 변화’의 초심을 끝까지 간직할 것입니다. 단기간에 급격히 성장한 한국 교회의 후유증과 병폐들을 답습하지 않고, 나아가 치유하는 것을 그 사명으로 인식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교회를 만들려 했다. 아주 작은 돈이 밀알처럼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작은 돈이면 족했다.
“신고해도 대부분 면세점 이하일 것”
2008년 초 안 목사는 쭈뼛거리며 은행 대출 상담 창구에 섰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납세 증빙 서류가 필요합니다.” 자신이 대한민국의 개신교 목사이며 1999년 목사가 된 뒤 단 한 차례도 근로소득세 납세신고를 해본 적이 없으며 담임목사 누구도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현실을, 그는 새삼 깨달았다. 부족한 돈을 마련하려고 지인들을 찾아다녔다. 2008년 3월3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너머서교회를 열었다. 창립을 전후해 곧장 관할 국세청에 소득신고를 한 뒤 서류를 은행에 제출했다. 안 목사는 2010년에야 1천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1999년 목사가 된 뒤 2000년대에 다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때 세상과의 소통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종교인의 근로소득세 납부 문제를 고민하게 됐죠. 실용적 이유도 있습니다. 개척교회에 쓸 전세자금 대출을 받지 못했습니다. 일부 대형 교회 목회자들은 종교인의 근로소득세 납부에 반대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목회자에게는 근로소득세 납세신고가 도움이 됩니다. 전체 개신교 목회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근로소득세 면세점 이하일 겁니다. 그런데도 소득세 납세신고를 하지 않아 복지 등 국가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이 운동의 정확한 이름은 종교인 근로소득세 납부 운동이 아니라 납세신고운동입니다.”
소득세 면세점인 4인 가족 기준 월소득 148만원 이하인 경우 소득세가 면제된다. 외려 소득보전을 받는다. 안 목사는 근로소득세 납세신고를 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신학적 원칙과 현실의 이익을 모두 얻는다. 세금에 대해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라”(<마태오의 복음서> 22:21)라고 한 예수의 말처럼, 그에게 근로소득세 납세신고는 신앙 안에서 충돌하지 않는다. 이런 개신교 성직자가 꽤 많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소속 목사와 직원들의 근로소득세 납세신고를 해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12개 개신교회 명단을 공개했다. 분당샘물교회 등 등록교인 5천 명 이상의 중·대형 교회도 포함돼 있다. 국세청은 종교인·종교법인의 근로소득세 납세 자료가 없다지만, 이들은 스스로 관할 세무서에 소득신고를 하고 있다. 너머서교회의 소득금액증명(사진)을 보면, 안 목사는 2009년 고양세무서에 ‘너머서교회’라는 법인명으로 비영리법인에 해당하는 등록번호 ‘82’를 부여받아 사업자등록을 했다.
왕에게 세금 내온 영국 국교회
박희명 목사도 종교인의 사회적 책임에 동의하는 목회자 가운데 한 명이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다니엘새시대교회에서 그는 130명의 교인과 함께한다. 1990년대 초 기독교의 사회책임을 주창했던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이끈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가 다니엘새시대교회의 장로였다. “한국 교회 일부의 세속과 성직의 이분법이 문젭니다. 종교개혁을 통해 등장한 개신교 철학은 본디 세상 모든 일이 거룩하다는 것이죠. 세상일과 목회일이 다르지 않다는 철학입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개신교 대형 교회 목사들은 목사의 성직 활동은 노동자의 근로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근로소득세를 낼 수 없다는 논리를 댄다. 이런 태도는 개신교의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박 목사의 논리다. 박 목사는 “한기총의 태도는 성경적이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영국 국교회가 왕에게 세금을 내온 사실도 박 목사는 언급했다. 근로소득세 납세신고는 교회 투명 경영의 출발점이다. 다니엘새시대교회는 한때 전문 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겼고, 지금은 다른 교회에 감사를 부탁해 실시한다. 타인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분당샘물교회는 아프가니스탄 선교로 이름이 알려졌다. 공격적 복음주의와 별개로 분당샘물교회는 10여 년 전부터 목사들의 갑종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해 납부하고 있다. 분당샘물교회 회계책임자는 “목사의 활동이 근로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우리가 소속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법으로 정한 틀 안에서는 맞춰가는 게 맞다”고 밝혔다.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예수의 재림을 주장하는 교파가 생긴다. 1904년 이들은 한국 땅을 밟는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다. 엄덕현 목사는 “우리는 목회자도 나라의 권리와 의무를 수행할 시민이기 때문에 세금 문제에서도 공평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서적으로도 예수님이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라는 원칙을 주셨죠. 또한 목회자는 성도나 사회에 본이 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내부 합의에 의해 소득세를 원천징수해오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종교인 근로소득세 납부에서도 천주교의 앞장선 실천이 눈에 띈다. 서울대교구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국 천주교회 주교회의는 지난 1994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종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취지에서 성직자의 세금 납부를 결정했고, 이후 교구별로 이를 시행하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1996년부터 교구 소속 사제들의 급여에 대한 소득세를 원천징수해 납부하고 있다. 당시 교구장이던 고 김수환 추기경은 “성직자도 국민의 한 사람이기에 납세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부 급여가 면세점 이하라 신고만 하고 실제로 세금은 내지 않는 교구도 있다고 천주교 쪽은 설명했다. 개신교 교단, 납부 현황 파악 못해 예장 합동, 예장 통합, 기장, 감리교 등 개신교 어느 교단도 산하 교회 목사들의 근로소득세 납부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개신교는 교회마다 알아서 경영을 책임지는 개교주의를 원칙으로 삼는다. 교단보다 개별 교회의 역사가 중요하게 작동한다. 대형 교회와 대형 사찰이 이 문제에 좀더 보수적이다. 재정을 중앙집중식으로 운영하는 감리교는 원천징수가 용이한데도 뚜렷한 견해가 없다. 감리교 쪽은 “아직 공론화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중앙집중식 재정 운영을 하는 원불교는 “어차피 대부분 면세점 이하지만, 언제든 성직자 소득세 신고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조계종도 찬성 의견을 밝혔으나 내부 논의를 공식적으로 거친 적은 없다. 천태종 쪽은 “견해가 없다”고 밝혔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 근로소득세 납부 신고를 하는 종교단체 현황
박희명 목사도 종교인의 사회적 책임에 동의하는 목회자 가운데 한 명이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다니엘새시대교회에서 그는 130명의 교인과 함께한다. 1990년대 초 기독교의 사회책임을 주창했던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이끈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가 다니엘새시대교회의 장로였다. “한국 교회 일부의 세속과 성직의 이분법이 문젭니다. 종교개혁을 통해 등장한 개신교 철학은 본디 세상 모든 일이 거룩하다는 것이죠. 세상일과 목회일이 다르지 않다는 철학입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개신교 대형 교회 목사들은 목사의 성직 활동은 노동자의 근로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근로소득세를 낼 수 없다는 논리를 댄다. 이런 태도는 개신교의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박 목사의 논리다. 박 목사는 “한기총의 태도는 성경적이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영국 국교회가 왕에게 세금을 내온 사실도 박 목사는 언급했다. 근로소득세 납세신고는 교회 투명 경영의 출발점이다. 다니엘새시대교회는 한때 전문 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겼고, 지금은 다른 교회에 감사를 부탁해 실시한다. 타인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분당샘물교회는 아프가니스탄 선교로 이름이 알려졌다. 공격적 복음주의와 별개로 분당샘물교회는 10여 년 전부터 목사들의 갑종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해 납부하고 있다. 분당샘물교회 회계책임자는 “목사의 활동이 근로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우리가 소속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법으로 정한 틀 안에서는 맞춰가는 게 맞다”고 밝혔다.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예수의 재림을 주장하는 교파가 생긴다. 1904년 이들은 한국 땅을 밟는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다. 엄덕현 목사는 “우리는 목회자도 나라의 권리와 의무를 수행할 시민이기 때문에 세금 문제에서도 공평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서적으로도 예수님이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라는 원칙을 주셨죠. 또한 목회자는 성도나 사회에 본이 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내부 합의에 의해 소득세를 원천징수해오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종교인 근로소득세 납부에서도 천주교의 앞장선 실천이 눈에 띈다. 서울대교구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국 천주교회 주교회의는 지난 1994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종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취지에서 성직자의 세금 납부를 결정했고, 이후 교구별로 이를 시행하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1996년부터 교구 소속 사제들의 급여에 대한 소득세를 원천징수해 납부하고 있다. 당시 교구장이던 고 김수환 추기경은 “성직자도 국민의 한 사람이기에 납세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부 급여가 면세점 이하라 신고만 하고 실제로 세금은 내지 않는 교구도 있다고 천주교 쪽은 설명했다. 개신교 교단, 납부 현황 파악 못해 예장 합동, 예장 통합, 기장, 감리교 등 개신교 어느 교단도 산하 교회 목사들의 근로소득세 납부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개신교는 교회마다 알아서 경영을 책임지는 개교주의를 원칙으로 삼는다. 교단보다 개별 교회의 역사가 중요하게 작동한다. 대형 교회와 대형 사찰이 이 문제에 좀더 보수적이다. 재정을 중앙집중식으로 운영하는 감리교는 원천징수가 용이한데도 뚜렷한 견해가 없다. 감리교 쪽은 “아직 공론화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중앙집중식 재정 운영을 하는 원불교는 “어차피 대부분 면세점 이하지만, 언제든 성직자 소득세 신고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조계종도 찬성 의견을 밝혔으나 내부 논의를 공식적으로 거친 적은 없다. 천태종 쪽은 “견해가 없다”고 밝혔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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