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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 존엄사와 가족 문제 다룬 신아가·이상철 감독의 독립영화 <밍크코트>… 구원의 위로 가득한 영화를 관객은 구원할까
<파수꾼> <혜화,동> <무산일기> 등 독립영화들의 저력이 빛났던 2011년의 흐름은 2012년에도 이어질까? <밍크코트>가 1월12일 첫 시험대에 오른다.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되기 전 <밍크코트>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영화가 상영되자 존엄사와 가족의 문제를 다룬 무거운 주제의식 속에 숨어 있던 구원의 메시지가 고개를 들었다. <밍크코트>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오늘 비전 부문 시민평론가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 여배우 부문상을, 독립영화제에서는 대상을 받았다.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
영화 <밍크코트>는 신아가·이상철 두 감독의 공동 연출작이다. “회생 가망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할머니의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하기까지 가족이 겪는 갈등을 다룬다. 신아가 감독의 개인적 체험에서 나왔다고 한다. 각본을 쓴 신아가 감독은 “이 영화는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다. 다른 식으로 에둘러 말하려고 해봤는데 안 되더라. 그러나 이렇게 털어버리니까 이젠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신 감독의 1년 후배로 프로듀서와 보조카메라를 맡은 이상철 감독도 “신의 문제는 내게 화두였다. 이 영화는 종교라는 갈등 속에서 결국 인간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단 종교에 빠져 호흡기를 떼는 것을 막고 나선 현순(황정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병원비 한 푼 보태지 않으면서 형제들을 심판하고 단죄하는 현순은 극단적 개신교인 이미지에 가까운데다 민폐형 가족으로 한국 관객이 싫어할 특징을 고루 갖췄다. 그런데 현순이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신 앞에 몸부림칠 때 관객의 거부감이 누그러든다. 우리는 모두 끝 모를 불행 앞에서 결국 자신을 돌아보는 인간의 형상을 한 탓이다. 영화는 다른 모든 가족도 실은 현순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들추지만 고발하거나 비판하는 시선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는 모든 인간은 타인의 죽음 앞에서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고 서로를 구원하는 윤리적인 존재라는 종교적 태도를 유지함으로써 관객의 마음을 위안한다.
사랑이라는 주제의 소통 가능성
영화 <밍크코트>는 1월12일부터 CGV 무비꼴라쥬 등 12개 관에서 상영을 시작한다. 5천만원도 안 되는 적은 제작비로 만든 이 초저예산 영화가 관객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을까. 신아가 감독은 “삼대를 물려지는 밍크코트처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호소력을 지닐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이상철 감독은 “영화제를 거쳐보니 비호감 주인공을 내세운 이 영화가 관객에게 가닿더라. 사랑이라는 주제로 소통을 이룰 가능성을 보며 격려받았다”고 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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