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유쾌한 도시농부들을 만났다. 모두가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넘쳐흘렀다. 밴쿠버의 도시농업단체를 이끄는 일라나 래보(왼쪽)와 뒷마당을 유기농장 터로 제공한 노먼 질(중앙), 시티팜 보이라는 작은 도시농업 자영업체를 꾸리는 워드 툴롱이 시원한 웃음을 짓고 있다.
착한경제
캐나다의 유기농은 올해 전체 식품시장의 1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유기농 점유율은 그 두배에 이를 것이라고 주정부는 내다본다. 유기농이 밥상의 주된 재료로 오르는 시대가 이미 열린 것이다. 캐나다의 유기농은 종자에서부터 퇴비 순환, 병충해 방지, 유통뿐 아니라 소비자 교육과 생산농가 지원이라는 철학까지 철저히 환경과 신뢰라는 가치로 무장해 있었다. 13명의 국내 유기농업인이 팀을 이룬 대산농촌문화재단의 캐나다 농업연수 프로그램에 합류해 8월10일부터 18일까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밴쿠버, 빅토리아, 오커나건, 휘슬러 지역을 둘러보았다.
터는 땅주인한테 무상으로 받아
시카고 출신의 일라나 래보는 밴쿠버 동부의 주택가에서 ‘프레시 루츠’라는 이름의 도시농업(CSA,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단체를 이끌고 있다. 그가 관리하는 미니 유기농장은 7개. 도시 주택의 뒷마당과 학교 운동장 구석의 자투리땅들이다. 뒷마당은 대체로 30㎡에 못 미치고, 학교 땅도 60㎡를 넘지 않을 듯하다. 농장 부지는 땅주인한테서 모두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집 뒷마당의 잔디밭을 농장으로 기꺼이 내놓은 노먼 질(57)은 “이웃에서 하는 것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며 “콩·토마토·호박 등을 심고, 퇴비를 만들고, 닭 키우고 양봉도 하는 슈퍼 농부가 됐다”고 즐거워했다.
‘프레시 루츠’에는 래보를 포함해 상근 농부가 2명이고, 대학생 인턴 3명이 일꾼 겸 연구자로 참여하고 있다. 7개의 농장마다 토질 특성 등을 파악해 각각에 맞는 작물을 재배하는 등 규모는 작지만 유기농 운영 원칙에 충실하다. 퇴비는 주로 근처 음식점에서 수거한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다. 음식점에서는 쓰레기 수거비로도 일부 수입을 올린다.
지역 회원들에게 농산물 직접 배달
사업이 초기 단계여서, 아직은 7개의 농장 중 3곳에서만 농산물을 수확하고 있다. 농장 근처의 지역 주민 20명이 손님으로, 직접 재배한 유기농산물 상자를 매주 배달해주고 수입을 올린다. 100달러의 가입비와 함께 다섯달 동안 매주 25달러씩을 받으니, 회원 1명당 한 해 600달러 정도의 매출이 일어나는 셈이다. 트레일러를 자전거 뒤에 매달아 배달하므로 운송비를 절감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없다.
래보는 “도시농업을 벌이는 취지는 생명의 뿌리와 사람을 연결하자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웃 주민들에게 유기농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 유기농을 사 먹게 하는 모멘텀을 제공하는 중간자(미들맨) 구실을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민자들이 모여 있는 동네여서, 마늘 재배를 두고 이탈리아와 아시아 농법을 서로 의논하며 배우는 등 공동체의 구심점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교육공간으로도 적극 활용된다. 한 초등학교로부터는 학교 부지를 경작해 급식용 유기농산물을 공급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비만아동 대책으로 건강한 유기농 식단을 꾸리는 동시에 아이들에게 생태교육을 할 수 있는 훌륭한 교육의 장으로 농장 운영을 제안해 온 것이다. 지역사회센터의 고등학생들을 위한 직업 실습장 구실도 한다. 래보는 “아직은 적자이지만, 한편으론 유기농 기술을 배우면서 재정안정화 방안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 농업은 수천년 발전해온 예술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그런 마음가짐으로 매일매일 도시농업을 배우고 있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내년에는 회원 40명에 매출이 갑절 이상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 그만두고 도시농부로 전직 워드 툴롱은 밴쿠버섬의 빅토리아 도심 근처에서 ‘시티팜 보이’(City Farm Boy)라는 도시농업 자영업체를 운영한다. 래보의 프레시 루츠가 공익단체라면, 툴롱의 시티팜 보이는 기업이다. 툴롱은 외국출장이 잦은 대기업 직장을 그만두고 2006년에 도시농부로 전직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고 싶어서” 지금의 일을 택했고, 변호사인 아내도 “건강한 유기농 채소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아한다고 말했다. 툴롱 농장은 래보보다 규모가 좀 커서, 모두 15곳 1000㎡에 이른다. 40명의 회원이 직접 농장으로 와서 채소를 가져간다. 5~10월 다섯달 농사로 회원 1인당 625달러씩 연 2만5000달러의 소득을 얻고, 도시농업 워크숍 진행과 관련 저술을 통해 추가 수입을 올린다. 밴쿠버의 유명한 레스토랑 한 곳에도 납품한다. 툴롱의 제일 큰 농장은 빅토리아 부자촌 아파트의 7층 꼭대기에 있다. “옥상이 잡초투성이여서 골치 아파하던 주민들이 유기농장으로 관리해 달라고 먼저 요청해 왔지요. 3년 무상 제공이고 깨끗하게 해달라는 조건이었습니다. 서로에게 좋은 최상의 윈윈 게임이죠.” 툴롱은 유급 직원을 따로 쓰지 않는다. 도시농업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인턴 농부를 자청하기 때문이다. 그는 “회원들은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값싸게 공급받을 수 있어서 좋아한다. 초저비용 구조로 2만5000달러를 선불로 받을 수 있으니 사업으로서도 매력적”이라며 만족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밴쿠버·빅토리아/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아이들의 교육공간으로도 적극 활용된다. 한 초등학교로부터는 학교 부지를 경작해 급식용 유기농산물을 공급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비만아동 대책으로 건강한 유기농 식단을 꾸리는 동시에 아이들에게 생태교육을 할 수 있는 훌륭한 교육의 장으로 농장 운영을 제안해 온 것이다. 지역사회센터의 고등학생들을 위한 직업 실습장 구실도 한다. 래보는 “아직은 적자이지만, 한편으론 유기농 기술을 배우면서 재정안정화 방안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 농업은 수천년 발전해온 예술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그런 마음가짐으로 매일매일 도시농업을 배우고 있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내년에는 회원 40명에 매출이 갑절 이상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 그만두고 도시농부로 전직 워드 툴롱은 밴쿠버섬의 빅토리아 도심 근처에서 ‘시티팜 보이’(City Farm Boy)라는 도시농업 자영업체를 운영한다. 래보의 프레시 루츠가 공익단체라면, 툴롱의 시티팜 보이는 기업이다. 툴롱은 외국출장이 잦은 대기업 직장을 그만두고 2006년에 도시농부로 전직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고 싶어서” 지금의 일을 택했고, 변호사인 아내도 “건강한 유기농 채소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아한다고 말했다. 툴롱 농장은 래보보다 규모가 좀 커서, 모두 15곳 1000㎡에 이른다. 40명의 회원이 직접 농장으로 와서 채소를 가져간다. 5~10월 다섯달 농사로 회원 1인당 625달러씩 연 2만5000달러의 소득을 얻고, 도시농업 워크숍 진행과 관련 저술을 통해 추가 수입을 올린다. 밴쿠버의 유명한 레스토랑 한 곳에도 납품한다. 툴롱의 제일 큰 농장은 빅토리아 부자촌 아파트의 7층 꼭대기에 있다. “옥상이 잡초투성이여서 골치 아파하던 주민들이 유기농장으로 관리해 달라고 먼저 요청해 왔지요. 3년 무상 제공이고 깨끗하게 해달라는 조건이었습니다. 서로에게 좋은 최상의 윈윈 게임이죠.” 툴롱은 유급 직원을 따로 쓰지 않는다. 도시농업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인턴 농부를 자청하기 때문이다. 그는 “회원들은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값싸게 공급받을 수 있어서 좋아한다. 초저비용 구조로 2만5000달러를 선불로 받을 수 있으니 사업으로서도 매력적”이라며 만족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밴쿠버·빅토리아/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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