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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 예술-외설 아슬아슬한 경계는 눈

등록 2010-11-30 13:31

사진마을
<누드사진: 예술과 기법>, 뿌리에서 기법까지
렌즈로 쓰는 언어, 스토리나 느낌 없으면 공허

사진을 배우는 사람들은 한두 번씩 ‘누드사진’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된다. 호기심이 실천으로 옮겨져 스튜디오나 누드 촬영대회에서 벗은 몸을 렌즈에 담아 셔터를 눌러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생각에 그치고 만다. 그 이유가 여러 가지 있다. 누드사진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 섣부르게 판단을 내리기 힘들기 때문이며 개인적으로는 누드사진에 입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의 이유가 있다. 알에서 깨고 나오는 심정으로 소신 있게 누드사진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모델도 구했다고 하더라도 어지간한 조명과 배경과 촬영기교가 없는 누드사진은 굉장히 낯설게 찍히기 때문이다. 꽃과 풍경이라면 초보사진가들이 찍더라도 엉성하게 보일지언정 흉하게 나타나진 않는다. 그런데 초보가 준비 없이 찍는 누드는 혐오스러운 결과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은 혐오스러운 결과물이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시작을 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선입견과 편견 혹은 논란에 미리 쐐기 

누드사진에 대한 책 한 권이 나왔다. ‘누드사진: 예술과 기법’은 누드사진의 역사부터 접근방식, 기법, 후보정작업, 그리고 누드사진가들의 갤러리에 이르기까지 누드사진에 대한 모든 것을 집대성해서 보여주고 있다. 책에는 당연히 수백 장의 남녀 누드사진이 들어있다. 여성의 체모와 남성의 성기가 노출된 사진도 있다. 지금 이 글은 새로 나온 책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런저런 누드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서평 형식의 에세이다.

그런데 여기까지 읽고 나면 “뭐 하자는 이야기냐?”라고 문제제기를 하는 독자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누드사진은 남녀의 벗은 몸을 찍은 사진이며 누드사진은 사진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된 사진의 한 장르다. 누드사진을 찍거나 보는 것을 좋아할지 말지는 꽃 사진이나 풍경사진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취향이며 선택이다. 이 책은 누드사진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이나 누드사진을 잘 찍고 싶은 사람, 누드사진이란 장르를 통해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좋은 안내서다.

미메시스에서 펴낸 ‘누드사진: 예술과 기법’을 쓴 이는 파스칼 바텐스로 스스로 누드를 포함한 여러 장르의 사진가이며 큐레이터다. 저자는 책머리에 이렇게 적고 있다. 저자의 의도가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


 “사진기법은 언어와 같다. 언어를 세련되게 연마할수록 우리는 좀 더 정교한 표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깃거리나 느낌이 있지 않다면, 우리의 언어는 공허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 책 ‘누드사진’엔 사진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팁도 많이 실려 있지만 주목적은 누드를 사진적 통찰력을 가지고 볼 수 있도록 독자들의 안목을 훈련 시키는데 있다는 것이다. 행여 누드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 혹은 논란에 대해 미리 안내를 해두자는 말처럼 들렸다. 이 책엔 보기에 따라서는 적나라한 누드사진이 아주 많이 실려 있다. 그러나 몸을 찍은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려는 내용이 중요하고 그 내용은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고, 상상하게 하고, 미소 짓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순수하게 즐기도록” 만들자는 것이 주요 취지란 것이다.

너무 정밀하고 사실적이어서 때론 경악, 때론 당황 

사진의 역사가 시작된 것과 거의 동시에, 누드사진의 역사도 시작됐다. 어떤 목적에서든 누드를 그렸던 화가들과 사진가들의 그것이 다를 바 없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풍경이나 정물과 마찬가지로 누드사진도 화가들의 실용적 목적에 의한 밑그림용으로 자주 활용되었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사진은 때로는 너무 정밀하고 사실적이어서 사람들을 경악시켰고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사진발명의 초기에 사진역사를 장식했던 몇 사람이 있다. 실제로는 가장 선두주자였던 니엡스, 사업수단이 뛰어나 최초로 공인받았던 다게르, 그리고 최초의 사진책을 펴낸 탈보트 등이 그들이다. 이들과는 다르게 최초의 누드사진, 최초의 조작사진으로 이름을 남긴 아폴리트 바야르(1801~1887)도 사진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있다.

바야르는 루이 다게르와 비슷한 시기에 자신만의 사진 인화기술을 발명했지만 프랑스정부로부터 공인을 받지 못했고 한 푼의 연금도 수혜하지 못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그는 자신의 벗은 상반신을 드러내고 자화상을 찍었으며 자살을 가장해서 동정심을 유발하려고 했다. 최초의 누드는 남자였고 자화상이며 퍼포먼스였던 것이다.

사진은 프랑스 정부의 공인과 더불어 급속히 보급되었다. 이는 마치 최근 10년 사이에 디지털기술의 도움을 빌어 디지털카메라가 확산된 것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높은 비용 탓에 자신의 초상화를 거실과 침실에 걸어두기 힘들었던 대중들은 사진의 도움을 받아 너도나도 초상화를 찍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거리와 건물도 찍었으며 누드사진을 시도하기도 했다.

선사시대의 동굴벽화나,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조각, 인도와 앙코르와트의 석상에서 발견되는 에로틱한 포즈, 그 밖에도 전 세계에 걸쳐 남아있는 (주로) 벗은 여성들의 몸에 대한 묘사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고대 인류 때부터 인간은 종족 번식의 목적이든 쾌락의 목적이든 누드와 성에 대해 열광했고 집착했으며 후세에 전하려고 했다.

회화적 누드, 아카데믹 누드, 에로틱 누드, 포르노 누드 

사진역사 초기, 누드사진의 분류를 보면 현재와 다를 바가 없다. 회화의 사생아였던 사진을 통해서 누드(사진)는 빨리도 퍼져나갔다. 그림 같은 누드를 추구했던 회화적 누드, 쿠르베나 들라크로아 같은 화가들이 참고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필요로 했던 아카데믹 누드를 시작으로 성적인 욕망과 돈벌이 수단을 위한 에로틱 누드, 포르노누드도 번창했다. 20세기 초에 이르러 회화를 모방하고자 했던 사진이 회화를 뛰어넘는 새로운 장르를 향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고 누드사진에서도 그런 시도가 이어졌다.

케르테츠는 거울 같은 반사체를 이용해 ‘왜곡’시리즈를 선보였고 만 레이는 솔라리제이션기법을 활용한 누드를 찍었으며 빌 브란트는 광각렌즈로 여성의 몸을 왜곡시킨 사진을 선보였다. 피망 같은 누드를 찍었던 에드워드 웨스턴도 마찬가지. 이 시대의 누드는 몸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도 추상성을 더 앞세웠기 때문에 탐욕스러운 성의 이미지와는 확실한 차별성이 있었다.

큰 틀에서 보자면 20세기 중반까지는 예술과 외설의 중간지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던 누드사진은 이후부터 급격히 한쪽으로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양상을 보였다. 은근한 누드를 완전히 탈피한 헬무트 뉴튼의 사진은 실물 보이는 그대로를 완전히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누드를 만들어냈다. 옷을 벗은 키 큰 모델들의 사진을 실물크기로 전시해 ‘관음증의 시각’이란 평까지 듣게 되었다.

패션업계에서 누드를 적극 활용하게 되면서 베네통의 광고, 패션잡지의 파격적 누드 등으로 이어졌고 ‘누드=상업사진’이란 등식이 사람들의 뇌리에 새겨지게 되었다. 사도 마조히즘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일본 사진가 아라키(1940~ )의 사진이 유럽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면 ‘누드=포르노’란 인식도 강하게 다가온 시대였다. 물론 일각에선 헬무트 뉴튼과 아라키의 예술성을 극찬하는 부류도 있다.

“선에 따라 달라지는 곡선들이 참 아름답다” 

21세기를 시작하고 있는 현재에도 누드의 본질은 명확치 않다. 200년 가까운 사진의 역사에서 나타났던 모든 장르의 누드사진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안엔 회화적 누드, 아카데믹 누드도 여전히 있지만 포르노 누드가 곳곳에서 혀를 날름거리고 있어 누드에 대한 인식과 접근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나 순수한 접근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1980년대에 출생한 중국의 신세대부부들 사이에 누드웨딩사진 촬영이 유행이라고 한다. 임산부들이 출산을 앞두고 만삭의 누드를 찍는 것은 한국에서도 크게 놀랄 일이 아니다. 이런 사적인 누드는 일기 쓰기와 비슷한, 명백히 사적인 다큐멘터리의 영역이며 어느 누구에게도 수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지난 8월 자신이 직접 찍고 쓴 사진과 시로 구성한 누드사진집 ‘몸짓’(도서출판 창해)을 낸 고성미씨는 자신의 책 서문에서 “대중목욕탕의 따끈한 물에 몸을 담근 채 혼자 흐뭇해진다. 남자라면 아무리 여자의 몸에 관심이 많아도 나처럼 이렇게 리얼하고 다양하게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터이다. 때를 밀고 샴푸를 하고 아이들의 등을 밀어주는 그 등 선에 따라 달라지는 곡선들이 참 아름답다”라고 밝히고 있다. 고씨는 사진집을 통해 “남자가 보는 여체-섹스어필-에서 벗어나 여성의 속내 깊은 심리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다만 나이가 든 모델을 찾기가 어려워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 책, ‘누드사진: 예술과 기법’은 2장에서 스타일과 접근방식으로 이어진다. 모델 선택, 지시사항, 소품, 배경 등에 대해 상세히 안내한다. 3장에선 조명, 그림자, 입체감, 포즈, 구도, 심도 등에 대해 언급하며 본격적인 매뉴얼 북의 구실을 한다.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일반적인 “사진 잘 찍는 법”들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대상이 사람의 벗은 몸이란 점이 크게 다르다. 4장은 후보정이며 5장은 세계적 누드사진가 10인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갤러리가 펼쳐진다.

누드 잘 찍는 법엔 별 관심이 없고 그냥 아름다운 남녀의 벗은 몸을 보고 싶은 이들은 5장만 봐도 좋겠다. 책의 마지막 두 페이지엔 FAQ가 실려있다. 모델은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모델의 초상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공공장소에서 누드를 찍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도움말을 들려준다.

큰 마음 먹고 누드사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싶다면 이 책 ‘누드사진: 예술과 기법’을 추천할 수 있다. 책에 대한 판단과 평가는 본인들이 할 일이다.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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