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는 교토시의 유명 관광지 아라시야마의 시구레덴에 전통시를 활용해 문화와 역사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닌텐도 디에스(DS)를 들고 ‘오구라백인일수’(小倉百人一首)라는 전통시를 활용한 놀이를 하고 있다. 한국 닌텐도 제공
착한경제
티브이(TV)나 디지털기기 세계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일본의 대표기업 소니를 앞선다. 그러나 일본 기업이 없으면 삼성전자도 가전제품이나 디지털기기를 만드는 데 차질이 생긴다. 핵심 부품과 소재산업에선 여전히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이 압도적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핵심제품으로 승부를 거는 기업들은 위기에도 강하다.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전자부품 생산규모는 4조145억6700만엔(약 56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9% 증가했다.
일본의 고도, 교토 도심의 뒷골목에는 400여년 역사를 뽐내는 재래시장 니시키시장이 있다. 전통을 중시하는 교토 상인의 정신이 깃든 곳으로도 유명하다. 교토 상인의 정신은 교토에서 탄생한 첨단기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교토에는 일반 소비자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전자·기계 관련 기업들이 모여 있다. 시마즈제작소, 닌텐도, 교세라, 오므론, 무라타제작소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에게 보이는 공통점은 한우물을 파는 ‘고집’과 함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창의력’이다.
1959년 세워진 교세라그룹은 파인 세라믹과 그 응용부품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추구하는 동시에, 남보다 앞선 통찰력을 발휘해 혁신 제품을 만드는 창의력을 보여준다. 도자기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만들지만, 파인 세라믹으로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드물다. 게다가 산업과 시장 환경의 급변에도 60년 넘게 고집스럽게 그 유산을 이어간다. 그러면서도 외부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한다. 전자부품 사업의 성장세가 주춤하자 태양광에너지 관련 소재·부품 사업의 비중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가와무라 마코토 교세라그룹 회장은 “올해 태양광 모듈 생산 규모를 세계 7위권인 400메가와트에서 내년에는 두배인 800메가와트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교토 서북쪽 교외에 자리잡은 관광명소 ‘아라시야마’에는 세계적인 게임기업체 닌텐도가 운영하는 전통문학 놀이관이 있다. 이곳에서 놀려면 닌텐도 디에스(DS)를 활용한 ‘시구레덴 내비게이션’이 필요하다. 곳곳에 일본의 전통시를 소재로 한 놀이를 즐길 수 있게 해놓았다. 닌텐도의 기발한 창의력과 함께, 전통시라는 다소 딱딱한 소재를 어떻게 해서든 재미있게 알리려는 고집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고집’과 ‘창의력’의 조화는 노벨상을 낳기도 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을 달리는 시마즈제작소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이 회사 연구원이 2001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교토 기업의 경쟁력은 개별 기업만의 노력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교토 시내에 자리잡은 ‘교토리서치파크’는 공동 연구개발(R&D) 단지다. 250여 기업들이 입주해 기초·응용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는데, 고가의 장비를 함께 쓸 수 있다거나 쾌적한 환경을 갖췄다는 장점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연구개발 성과를 사업화할 수 있는 여건이다. 이곳 기업들은 각자 개발한 기술을 일본 곳곳에서 전시회를 열어 함께 뽐낸다. 전시회 뒤에는 후속 작업으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과 만날 수 있는 ‘비즈니스 매칭’행사까지 연다.
교토/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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