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두산을 꺾은 삼성의 배영수가 모자를 벗어 들고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근길에 보니 안개가 꽤 짙습니다. 차창에 간간이 빗방울도 맺힙니다. 안개에 비까지 날씨가 아주 짓궂네요.
안개에 싸인 게 출근길만은 아닙니다. 두산과 삼성이 맞붙은 플레이오프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입니다. 네 경기를 치르는 동안 모두 1점 차이로 승부가 갈리더니 결국 2승2패로 동률을 이뤘습니다. 경기마다 점수를 내고, 내주는 과정이 한 편의 드라마입니다. 정녕 이런 시리즈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결국 마지막 승부를 13일 대구에서 벌이게 됐는데, 결전을 앞둔 두 팀 감독의 속은 어떨까요? 4차전에서 패장이 된 김경문 두산 감독의 말이 참 우직합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못 느꼈던 선수들의 좋은 점이 보여 시합에 지긴 했지만 기분은 좋다. 5차전은 한없이 잘 치르고 싶다.”
축구팬들은 오늘 저녁 한·일전을 벼르고 있을 겁니다. 역시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안갯 속 경기’입니다. 캡틴 박지성이 오른쪽 무릎에 통증을 느껴 출장할 수 없다고 합니다. 윤빛가람이 그 자리를 메울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변수가 승부에 어떻게 작용할 지 예측불허입니다. 최근 일본팀 경기를 지켜본 조광래 감독은 “일본이 미드필드에서 패스 횟수를 줄이고, 빠른 전진패스로 공격을 전개한다”고 경계심을 드러냈습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19살 이하 남자축구 대표팀이 11일 중국 산둥성 쯔보에서 열린 2010 아시아축구연맹 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일본에 3-2 역전승을 거둔 게 오늘 경기의 예고편이 될 수 있을까요?
김정은의 등장 이후 북한을 둘러싼 기류도 여전히 흐릿합니다. 김정은의 형인 김정남이 일본 <아사히티브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장남 입에서 ‘3대 세습’이란 말이 나왔다는 게 놀랍습니다. 그는 “동생이 후계자가 된 것은 부친의 결단이다. 동생이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 정말 주민들의 윤택한 생활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주었으면 한다”고도 말했는데, 일각에선 그의 이런 발언들 속에서 ‘권력투쟁’의 냄새를 맡는 모양입니다. 한 탈북자단체 관계자는 김정은이 선군을 얘기하는 상황에서 김정남이 민생을 얘기함으로써 김정일의 후계구도에 대립각을 세웠다고 주장하는군요. 그의 발언을 권력에서 멀어진 이의 회한으로 볼 것인지, 권력을 겨냥한 도전으로 볼 것인지 지켜보시죠.
북한의 3대 세습을 둘러싼 한반도 문제를 종합적으로 보고 싶은 분들에게 박명림 교수의 칼럼을 권합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전체에의 통찰’이란 제목의 칼럼인데, 최근 벌어진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열도 영유권 다툼, 다음달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그리고 북한의 3대 세습이란 당대의 문제를 관통하면서 생각거리를 제시합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센카쿠열도 사건은 중국발 세계변동의 압축적 상징이다. 중국은 이제 주변국에 자기 이익을 부과하는 표준을 설정하려 한다. 남쪽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때에 북쪽에서 3대 세습이 진행되는 것은 100년전 개방과 쇄국의 갈림길을 떠올리게 한다. 문명표준이 변화하는 시점에서 남북이 발전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보편적 대안은 무엇인가?”
최근 숨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공과’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그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할 것을 추천했고, 행정안전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훈장 무궁화장은 우리나라 56개 등급의 훈장 가운데 최고등급인 무궁화대훈장 다음으로 급이 높습니다. 황 전 비서에게 국민훈장이 추서되면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자격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훈장 수여와 국립현충원 안장은 고인이 국가에 기여했다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일입니다. 박순성 교수는 “고인이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기여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치적인 판단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유강문 e뉴스부장 moon@hani.co.kr
김정남 / 북한 김정일 아들
유강문 e뉴스부장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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