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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의 섬

등록 2010-11-26 09:24

이명박 대통령이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 다섯 개 섬을 세계 최강의 요새로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국지전과 비대칭 전력에 대비해 세계 최고의 장비를 갖춰서 철저하게 대응해 나가라”는 겁니다. 이에 정부는 이들 지역에 전력을 대폭 증강하고,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비한 예산을 우선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06년 결정했던 이들 지역의 해병대 병력 감축 계획도 백지화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엄명이 떨어졌지만 실제로 서해 다섯개 섬을 요새화하는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이들 지역이 육지가 아닌 섬이라는 특성 탓이라는군요. 이번에 문제가 된 K-9 자주포만 해도 연평도에 넉넉히 배치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연평도의 전체 면적이 7㎢에 불과한데다 대부분 산악으로 이뤄진 지형이어서 북한의 해안포 공격을 피해 포대를 배치할 장소가 많지 않다는 겁니다. 어제 전격적으로 경질된 김태영 국방장관이 연평도에 K-9 자주포 1개 대대(18대)를 배치하라는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게 많이는 어렵고, 현재 6대에서 12대로 증강하겠다”고 답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들 지역을 요새화하기 어려운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도를 보면 서해 다섯 개 섬은 북한의 서쪽 해안을 찌르는 칼과 같습니다. 군사전략적으로 연평도는 북한엔 ‘목구멍의 비수’로, 백령도는 ‘옆구리의 비수’라고 불립니다. 이런 지정학적 특성 탓에 이들 지역에 병력과 무기를 대폭 증강할 경우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높아질 우려가 있습니다. 남북은 이미 이들 지역을 놓고 대규모 전력을 맞배치하고 있습니다. 북한만 보더라도 해안포가 1000여문에 이르고, 서해함대 밑의 6개 전대는 함정 370척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장산곶 등 주요 기지에는 지대함 미사일도 배치해두고 있습니다.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서해 다섯개 섬은 점차 무인도로 변할 것입니다. 대대로 이들 지역에서 삶의 터전을 일궈온 이들일 지라도 일상적인 생사의 위험은 감내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이미 연평도에선 주민들이 거의 떠나고 군인과 기자들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이들 지역의 완벽한 요새화는 이들 지역이 군인들만의 섬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강문 e뉴스부장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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