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연평도 사태에 가려 크게 부각되지 못한 뉴스를 되짚어봐야겠네요. 검찰 얘깁니다. 어제 있었던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또 핵심 증인의 진술이 뒤집혔고, 검찰은 다시한번 도마에 오르게 생겼군요. 증인으로 나온 한아무개씨가 “저의 허위 진술로 한명숙 전 총리가 기소까지 돼 죄책감에 목숨을 끊으려 했습니다...손꼽아..오늘을 기다렸습니다”라며 9억원을 줬다는 기소내용을 부인했죠. 공판이 끝난 뒤 윤갑근 서울지검 3차장은 “한씨의 주장이 거짓말인 것이 금방 드러날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대세는 검찰이 또 사고를 쳤다는 쪽인 것 같습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 등 야당과 시민사회 인사들로 이뤄진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공작 분쇄 공동대책위‘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며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를 검찰에 요구하고 나왔습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기 전에 검찰이 알아서 기소한 것을 취소하라는 주장이죠. 공대위는 또 “이번 사건은 지난 4월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모면하기 위한 보복수사이자 조작된 공작의 산물”이라는 비판도 했네요. 당연한 반응이 아닌가 합니다.
검찰은 지난 4월에도 ‘한 전 총리에게 5만달러를 줬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에만 의존해 한 전 총리를 기소했지만, 법정에서 “검사가 무서워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다”며 진술을 뒤집었고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었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의 표적 수사가 한두건이 아닙니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나열해도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을 비롯해 피디수첩 등 정권의 입맛에 맞춘 ‘청부 수사’ 의혹을 받는 사건마다 법원에서 무죄가 나왔죠. 노무현 대통령 수사는 그 결정판이었구요.
반면 현 정권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한없이 너그러웠죠.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에서는 대포폰까지 등장했는데도 청와대 근처에는 수사의 칼날이 얼씬도 하지 않았죠. 일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을 압수수색하라는 주장도 했는데 지금 검찰로는 어림없는 얘깁니다.
이런 사건 때마다 검찰의 권위와 신뢰는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졌는데도 검찰에서는 아직 반성의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노무현 정부 초기 검사와의 대화에서 보였던 소장 검사들의 오만에 가까운 자신감은 이제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군요. 그 검사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정권이 인사를 통해 검찰을 잘 관리하고 있는 탓일까요? 아니면 스스로 정권과 코드가 맞아서일까요? 양심있는 검사들의 각성을 촉구합니다.
김이택 편집부국장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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