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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바란다

등록 2011-10-28 19:36

조윤호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07학번
조윤호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07학번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높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기존 정당정치를 통해 희망을 찾을 수 없었던 시민들의 ‘반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당선 자체로 변화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은 앞으로 박 시장이 펼칠 여러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민운동가 시절, 잘못된 정책에 대해 누구보다 날카롭게 비판을 했던 박 시장이기에 스스로 잘못된 정책을 펼칠 경우 돌아오는 비판 또한 클 수밖에 없다. 이번 ‘논쟁’은 20대·30대·40대 시민들에게서 ‘새로운 시장에게 거는 기대’를 들어 보았다.

등록금 문제 해결해달라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은 변화를 바라는 많은 이들의 열망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특히 박원순은 20대와 30대, 젊은 세대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대변하면서 서울시장이 되었다. 박원순은 선거 과정에서 지난 10년간 한나라당의 서울시정을 ‘낡은 것’으로 평가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새로움, 희망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만 제시할 뿐 이를 구체화할 내용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자, 이제 진짜 시장이 되었으니 내용을 채울 차례이다.

나는 20대의 한 사람으로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몇 가지를 꼭 부탁하고자 한다.

먼저, 서울시장의 행정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주었으면 한다. 20대 대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느라 말 그대로 허리가 휜다. 공부 대신 아르바이트가 우선이 될 지경이다. 우리들은 사회적으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교육권을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박탈당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이미 “재정적으로 서울시립대의 반값 등록금은 문제가 없다”고 말하며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을 약속했다. 서울시장의 권한으로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을 이뤄내면 사회적으로 등록금 논의가 되살아나고, 사립대의 등록금 문제로까지 의제가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20대가 교육권 외에 박탈당한 또 다른 권리는 주거권이다. 서울에는 학교 때문이건 그렇지 않건 자취를 하는 수많은 20대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서울의 집값, ‘전세난’ 때문에 너무 힘들다. 서울을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으로 만들어 달라.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원주민의 권리를 박탈하고 서울을 부동산 투기의 장으로 만드는 뉴타운 사업, 무자비한 재개발 사업을 막아 달라. 용산이 울었고, 지금 명동과 포이동이 울고 있다.

또 하나, 미래의 노동자인 20대가 직면하고 있고 또 직면하게 될 노동 현실을 개선하는 데 힘써 달라. 우리는 ‘무급인턴’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꿈과 희망도 좋지만 우리는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받는 사회에 살고 싶다. 열심히 일한 청년에게 그에 대한 노동의 대가를 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사회 공헌’임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최소한 서울시 산하기관에서는 비정규직이 없고, 노동 착취가 없었으면 좋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미 노동계의 지지를 받으며 애매하지만 일정 부분 이러한 요구를 수용했다. 노동 현실 개선에 대한 더 전향적인 입장을 기대한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새로운 희망’을 요구한다!

조윤호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07학번


서울의 ‘여백’을 남겨달라

김현진 에세이스트
김현진 에세이스트
새 서울시장에게 바라는 걸 적으라고 해서 백지를 폈는데 어째 한 글자도 안 써지고 계속 백지다. 왜 그런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누가 나한테 뭘 바라느냐고 물어본다는 게, 내가 뭘 바랄 수 있는 존재라는 게 너무 낯설어서 그렇다. 지난 서울시장 두 명을 거치면서 그런 권리 따위 단념하는 게 아주 잘 훈련된 모양이다.

그 두 남자를 겪어내는 동안 내 20대는 다 흘러갔는데, 그들이 구질구질한 것 딱 질색하고 폼 나고 편리한 것 좋아들 하는 바람에 별수 없이 전세 300만원짜리 화장실 없는 기괴한 세모 옥탑, 보증금 200만원, 월세 20만원짜리 반지하 셋방 같은 서울의 언저리를 이리저리 떠돌았다. 그 언저리에는 이웃들이 있었다. 우리는 모두 판자 조각이라도 잡고 버티려고 했으나 잡고 있을 판자도 점점 없어졌고 희망도 나무젓가락처럼 작아졌다. 처음에 황학동 사장님들이 동대문야구장으로 밀렸다. 곱창골목 이모들이 집기를 하나둘 정리했다. 하왕십리 공단 사장님들은 평소처럼 늠름하게 ‘빠우’를 하며 버텼지만, 결국 견디지 못하고 떠난 자리에 롯데캐슬이니 자이니 하는 것들이 들어서서 형제슈퍼나 들부호프 같은 하찮은 기억을 지웠다. 재개발 지역의 산꼭대기에서도 세 번이나 이사를 다녔고 마지막 집에도 ‘공가’가 스프레이로 쓰여지고 나서 서울 시민 노릇도 이젠 며칠 안 남았지 싶었다. 그러나 내 신세를 슬퍼하기에는, 용산에서 ‘공가’라는 글귀 달렸던 집 이웃들이 공가 아니다, 여기 사람이 있다, 있다고 외치다가 결국 세상 떠나기까지 하는 걸 본 다음이라 함부로 속상해하기도 그랬다. 그렇게 슬퍼서 먹먹한 날들이었다. 그래서 아직 뭔가를 바라기에는 서울 ‘3등’ 시민으로 살아온 세월이 길다.

각계각층의 지혜로운 사람들이 새 시장님을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돕는데다 여러 시민운동에서 쌓은 여러 경험으로 잘 해 나가실 것이라 믿는다. 딱히 논쟁할 것은 없으나 다만 딱 하나 바라는 것은, 아무쪼록 서울을 너무 발전시키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이만하면 충분히 편리하고 충분히 화려하지 않은가. 대신 ‘발전’도 ‘편리’도 ‘혁신’도 잠깐 쉬고, 너무 발전하고 너무 혁신되느라 파헤쳐지고 쫓겨나고 정신없이 들까불렸던 이웃들과 우리 서울에 ‘르네상스’ 대신 여백이 좀 있으면 참 좋겠다. 우리의 서울은 이제 조금 덜 편리하고 그만 세련되고 좀 불편하고 후져도 좋다. 조그만 여백 하나를 놓아 두지 않고 끝의 끝까지 꽉꽉 채우려는 이들의 욕심에서 내내 멀리 계시길 빈다. 전임 시장들이 워낙 눈높이를 낮춰 놓은 덕택에 바라는 건 없고, 실은 그냥 되어 줘서 고맙다.

김현진 에세이스트


시민운동과 철저히 단절해야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공한 시장이 되려면 우선 서울 시민의 삶과 배제된 전임 시장들의 외형과 치적 위주의 보여주기식 사업들과 이에 따른 시정 작풍을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본래 목적은 주민들의 복리 증진과 지역의 특성을 살린 균형 발전에 있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욕심에 의거한 실적과 전시, 한탕 위주의 행정은 지방자치의 본래 목적을 상실케 하여 주민들의 삶의 문제를 배제한다. 전임 오세훈 시장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17조원의 신규 부채를 유발하며 한강 르네상스, 디자인 서울 등 수많은 하드웨어적 치장 사업들을 벌였지만 서울 시민들의 삶은 더욱 고단해졌다. 빈부격차는 날로 심화되고 실업에 주거비, 보육비, 교육비, 생필품 가격 등이 폭등하여 시민들의 삶은 고통스럽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와 같은 공공의 임무는 이들의 삶을 어떻게 인간다운 삶으로 윤택하게 변화시킬까에 맞춰져야 한다. 서울시의 외형을 아무리 아름답게 꾸며도 거기 사는 시민들의 삶이 고달프다면 서울시는 결코 아름다운 도시가 될 수 없다. 인간의 삶과 유리된 토건적 행정과 정치는 결코 시민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없다. 민생과 복지 등 사람을 중심에 놓는 따뜻한 시정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를 시장은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박 시장은 독선과 오만한 행태를 버리고 소통과 통합으로 시민들에게 배우려는 겸손한 리더십을 구현했으면 한다.

시장의 시정에 대한 과도한 확신과 신념은 시민들을 동원의 대상으로 여길 뿐 시정의 주체로서 인식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수많은 정치적 갈등과 주민 간 대립이 발생한다. 오세훈 전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그 단적인 예이다. 마이동풍식으로 귀를 닫을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듣고 배우는 열린 자세로 시정을 운영했으면 한다. 박 시장을 지지하지 않은 46% 시민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 서울시정에 대한 정치적 통합력을 높여야 한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 시장은 정치적으로나 행정적으로 아마추어에 가깝기 때문에 이런 태도가 더욱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이제 박 시장은 정치인이자 행정가이기 때문에 시민운동과는 철저히 단절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시정에 시민운동을 끌어들여서도 안 되며 이용하려 해서도 안 된다. 이렇게 되면 박 시장도 시민운동도 모두 실패한다. 권력을 행사하는 피감시자로서 시민운동의 견제와 비판은 수용하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지방자치와 시민단체 간 올바른 롤모델을 정립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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