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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탈북자 강제송환, 해법은?

등록 2012-03-08 19:34

2월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탈북자 송환반대 집회에서 탈북자단체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2월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탈북자 송환반대 집회에서 탈북자단체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 문제를 두고 국내외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5일, 미국 의회는 관련 청문회를 열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에게 탈북자의 북송을 중지해 달라는 뜻을 직접 전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의 단식, 인기 연예인들의 북송 반대 시위 동참으로 국민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탈북자 송환 해법에 대해 북한을 연구하는 두 학자의 의견을 들어본다.

소극적 방식 더 이상 안된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중국 정부가 자국 내 탈북자들을 색출하여 북한으로 강제송환하는 데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연일 북송 반대 시위와 농성이 이어지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도 중국 정부에 탈북자 강제송환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더 적극적인 조처들을 강구하기 시작하였다.

북한의 탈북자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나 최근 들어 북한 당국은 탈북자를 엄격히 단속하고 한층 가혹하게 처벌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북한에서 대기근이 발생했을 때 중국으로 넘어갔던 수십만 탈북자들을 “배신자” 정도로 애써 외면하던 북한이 이제는 공개처형 등 가혹한 형벌로 다스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탈북자 문제는 북한 내 정치문제화되었다. 북한을 특별관리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도 표면상 1998년에 제정된 ‘북-중 국경지역 업무협정’에 의거해 탈북자 색출과 송환에 협력하고 있으나, 중국 자체의 국익과 정치적 차원에서 북한의 입장에 동조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현재 중국에 수만명의 탈북자가 체류하고 있고 엄한 단속과 처벌에도 불구하고 두만강·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넘어오는 탈북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중 일부는 또다시 사선을 넘어 한국으로 오게 되는데, 2011년 2927명에 달한다. 따라서 경제적 이유로 불법 월경한 자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지 않거나 불법체류를 허용하지 않는 데 공감하면서도, 작금의 탈북자들을 단순 불법 월경자로 간주할 수 없다는 데 문제 해결의 단초가 있다.

경제적 동기뿐만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의 탈북 늘고 있어
난민 자격 충분히 갖춘 만큼
중국은 책임 회피하지 말아야

최근 들어 탈북자 가운데는 단순한 경제적 동기뿐만 아니라 북한 체제의 억압성과 통제에 반발하여 정치적 자유를 찾아 중국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동시에 국내 입국 탈북자들의 경우 상당수가 국내 거주 가족들과의 재결합이라는 인간 본연의 삶을 위해 목숨을 걸고 탈북하고 있다. 그렇기에 체포되어 강제송환될 경우 반역죄 등 정치범으로 간주되어 더이상 단순 월경자로 취급되지도 않고 있으며, 같은 논리에서 그들은 난민으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음을 중국 당국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난민 지위를 갖고 있는 탈북자가 국제난민협약 가입국인 중국에서 난민 심사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주요 2개국(G2)으로서의 국제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따라서 탈북자 문제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서 중국 정부는 체포된 모든 탈북자뿐만 아니라 스스로 난민임을 주장하는 탈북자 전원에 대해 인도적 차원과 국제규범에 따라 난민 심사를 실시하도록 허용해야 할 것이다. 과거 중국이 수많은 탈북자들의 생존과 인권을 존중했던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중국으로의 대량 난민의 발생이나 이로 인한 북한 체제의 위기를 지나치게 우려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이를 위해 한-중간 전략적 대화협력체제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중 협상과는 별도로 국내적으로 초당적 해법 환경을 조성해나가야 한다. 우리 국민 다수가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지지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나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소극적 방식은 지양하여야 한다. 탈북자나 탈북자의 재중 자녀들에 대한 국적법 등 법률적 정비와 함께 북한인권법의 조속한 제정을 통해 탈북자 문제를 임기응변식 또는 이벤트성으로 다루지 않고 체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다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1990년대 후반 이후 오랜 기간 탈북자 문제가 제기돼왔지만 지금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것은 영토주권 문제, 인권 문제, 외교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영토·국민·주권은 국가를 구성하는 3대 요소다. 이와 관련한 문제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타협이 불가능하다. 탈북자 문제는 영토와 국민에 관한 문제로 해당 국가의 주권과 관련한 민감한 문제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이기 때문에 헌법상 북한 주민들도 우리 국민에 해당한다. 따라서 북한을 이탈하여 중국에 머물고 있는 주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헌법 논리에 따라 국내로 입국을 희망하는 탈북자는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와 대다수 국민의 주장이다.

한편 북한과 혈맹관계를 유지해온 중국은 탈북자를 자기 영토에 불법으로 들어온 범법자로 취급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중국은 탈북자를 식량을 구하러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 ‘유민’(流民)으로 규정하고 체포할 경우 북한으로 강제송환하고 있다.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에 침묵을 지켜온 북한은 최근 탈북자 송환은 주권국가의 정당한 활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국경지대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모든 위험요소로부터 자국민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응당한 의무”라고 밝혔다. 국제인권단체들은 탈북자 문제를 인권 차원에서 다루면서 탈북자를 ‘난민’으로 규정하고 자유의사에 따라 정착할 곳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거를 앞두고 강경 발언하는
‘뒷북외교’는 매끄럽지 못해
정부·시민사회 역할분담하고
탈북 통로 막히지 않도록 해야

이와 같이 탈북자 문제는 주권, 인권, 외교 문제 등이 얽힌 복합한 문제다. 사안의 복잡성 때문에 지난 정부들은 ‘조용한 외교’로 일관하면서 포괄적 해결방안을 찾기보다는 사안별로 해결하는 외교적 노력을 지속했다. 북한 급변사태론을 펴왔던 이명박 정부도 최근 탈북자 북송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기 전까지는 조용한 외교로 일관했다. 북한이 붕괴하면 탈북자 문제도 일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탈북자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임기 말 선거를 앞두고 쟁점으로 부각돼 씁쓸하다. 그동안 탈북자 문제 해결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중국에 할 말은 한다는 식으로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정부의 ‘뒷북 외교’도 매끄럽지 못한 것 같다. 북-중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중국이 우리 정부의 요청을 들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탈북자 문제가 국제여론화할 경우 중국 정부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역할분담을 해서 시민사회는 국제여론화에 힘쓰고 정부는 외교적 해결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사회운동 차원에서 탈북자 문제를 여론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대중국 외교, 대북 전략 차원에서 차분하고 주도면밀하게 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탈북자의 인권 문제는 이념과 체제를 떠나 해결해야 할 인류 보편의 가치임이 분명하다. 중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의 강제송환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탈북 통로와 연결망이 막히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를 위해 북한이 사회통제를 강화할 경우 탈북 루트가 봉쇄되고 남과 북의 탈북자 연결망도 붕괴될 것이다. 탈북자 네트워크는 북의 변화를 추동할 작은 통로란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북송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으로 들어온 탈북자들의 정착에도 좀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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