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논쟁

[논쟁] 모바일투표, 어떻게 볼 것인가?

등록 2012-09-20 19:42수정 2012-09-20 20:38

모바일투표,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 정치에 새 장을 열겠다며 정치권에서 야심차게 도입한 모바일투표가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최근에 끝난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시스템 오류 등의 문제가 불거져 파행을 빚었는가 하면, 통합진보당에선 모바일투표 부정이 결국 분당으로 이어졌다. 정당 체제의 한계를 짚으며 시민들의 참여를 중시하는 쪽은 모바일투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한편에선 대표성 담보가 어렵고 민심 왜곡의 가능성이 높다는 부정론도 만만찮다. 양쪽의 견해를 들어봤다.

정치참여 확대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모바일투표는 국민 참여 높여
대의민주주의 실현에 큰 도움
미비점 있으나 버릴 제도 아냐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

인터넷 뉴스 검색창에 ‘모바일투표’란 키워드를 넣으면 “논란”, “갈등”, “의혹” 같은 부정적 의미의 제목들만 화면 가득 떠오른다. 그럴 만도 하다.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 내내 모바일투표는 계속 말썽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끝내 분당 사태로 치달은 통합진보당 내분의 단초 역시 모바일투표에서 비롯되지 않았던가. 이래저래 모바일투표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 듯싶다.

그런데 예전 기사들을 살펴보니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시민 참여”, “유권자 혁명”, “선거문화의 새 지평” 같은 화려한 단어들로 장식된 기사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사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사실 모바일투표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내용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굳이 달라졌다면 기대에서 우려로 사람들의 시선이 더 많이 옮겨갔다는 것쯤이다.

흔히 제기되는 모바일투표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기술적 차원에서의 문제다. 일단 해킹 위험이나 투표 결과 조작 가능성이 제기된다. 본인 확인 절차의 미흡으로 신원 도용이나 표 매수 등을 통한 대리투표가 횡행해 직접선거, 비밀선거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타당하고 중요한 지적이다. 하지만 보안 강화, 서버 분산, 투표 데이터 암호화 등의 조처로 이런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번거롭더라도 좀더 까다롭게 본인 인증 절차를 밟게 하는 방법도 강구할 수 있다. 기술의 문제는 기술로 극복하면 된다.

둘째는 운영상의 문제다. 자동응답(ARS) 방식이나 선거인단 명부 관리를 둘러싼 논란 같은 것들이다.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 경쟁으로 치러진 신종 조직선거라거나, 후보자 정견 발표도 다 끝나기 전에 투표가 이뤄지는 사실상 ‘묻지마 인기투표’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지적들은 말 그대로 허술한 운영에서 발생한 시행착오일 뿐 모바일투표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투표를 이렇게 엉망으로 운영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모바일투표가 표적이 될 필요는 없다.

마지막으로 제도적 결함에 대한 지적이 있다. 모바일 표심이 당원의 의사를 압도하는 바람에 정당정치의 근간이 흔들리며, 모바일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층이나 소외계층이 배제된 채 특정 집단의 표심만 과대 대표되어 대의민주정치를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심지어 최장집 교수는 모바일투표를 두고 “나쁜 의미에서 혁명적인 변화”라는 혹평까지 남겼다. 동의할 수 없다. 만약 당원의 의사와 모바일로 대변되는 민심이 크게 다르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당정치의 위기를 보여주는 심각한 징후일 것이다. 또 현장투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다 대표 문제는 모바일투표 영역에만 국한될 뿐 전체 표심과는 상관이 없다. 오히려 시민 참여, 특히 젊은층의 정치 참여를 높임으로써 허약해지고 있는 대의민주정치를 강화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물론 모바일투표에 대한 이런저런 지적들은 겸허하게 수용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바일투표에 덜컥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은 경솔하다. 모바일투표는 보완하고 개선해서 발전시켜야 할 참여민주주의의 소중한 자산이지, 함부로 내팽개쳐 버릴 애물단지는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공정성에 문제 있고 민의 왜곡될 수도

고령층 접근 상대적으로 어렵고
농어촌지역 소외시킬 위험성 커
교묘한 동원정치도 막기 어렵다

김성수 인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민주통합당의 2012년 대선 후보 경선은 당원과 일반 유권자의 차이를 두지 않은 100% 완전국민참여 경선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완전국민참여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도입한 수단은 모바일투표 하나뿐이었는데, 그 위험성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부족했다. 우선 지역별·연령별 인구편차가 고려되지 않아서 공정성에 큰 문제가 있었다.

또 모바일투표 도중에 전화를 끊으면 무효로 처리되는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자 격한 시비 끝에 경선 보이콧 움직임이 나오기도 했고, 대의원투표 현장에서는 지지자들끼리 충돌하는 일도 있었다. 결국 오픈프라이머리는 본래의 목적인 국민의 뜻을 공정하게 반영하지 못했고 흥행에도 실패했다.

지난 총선 민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미 선거인단 인터넷·모바일 대리접수, 모바일투표 조작 가능성 등이 노출됐고, 인터넷 부정투표 파문으로 통합진보당은 결국 분당까지 가게 됐다. 진보 성향의 원로 학자인 최장집 교수는 지난 6월 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모바일투표에 대해 “난센스에 가까운 제도”라며 “한국 정치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바일투표는 모바일 친숙도가 낮거나 휴대전화가 없는 고령층의 정치적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고, 농어촌 지역을 소외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 또 특정 세력이 모바일투표단을 동원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모바일투표에 대해 철저한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선거인단으로 200만명 이상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모집된 모바일선거인단은 80만명이었고 투표율은 약 67%에 그쳤다. 54만명가량이 모바일투표에 참여했으니 어느 후보든 27만표 이상만 모바일투표에서 확보하면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다. 특정 정치세력이 30만명만 확실히 동원하면 경선 판세를 장악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원래 정당은 당비를 내는 기간 당원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당원이나 대의원들에게만 결정 권한을 주었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국민 여론을 반영하기 위해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는 폭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선거 전공 학자 및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의원의 표와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결정하는 것에 관해서도 숱한 난제가 있다고 한다.

선거에 모바일투표를 일부 도입하자는 의견은 더 위험하다. 당내 경선만 보더라도 명부 관리 부실과 기술적 불완전함은 물론이고 그 어떤 제도적 예방책도 보이지 않는 정치세력의 교묘한 조작을 방지할 수 없음이 드러나고 있다. 본인인증 과정에서 해킹이나 테러에 의한 전산망 장애 등이 발생할 경우 나라가 뒤흔들릴 수도 있는 위험한 발상임을 지적해 둔다.

모바일투표에 참여한 선의의 민심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불법으로 모집되거나 특정 정치세력이 모바일 표심으로 포장될 경우 민심을 왜곡할 가능성이 매우 큰 점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나칠 정도로 실시간 접속, 순간적 판단의 편의성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을 뽑는 일이 텔레비전의 오디션 프로는 아니지 않은가? 정당들은 국민 불신을 해소하고 민심을 반영할 치밀한 기제를 고안해내야 하고, 유권자들은 깊은 고뇌 끝에 투표소에서 책임감 있게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겨레 인기기사>

안철수와 함께 무대에 오른 유일한 한 사람
주말만 오는 아빠 “엄마 닮은 년” 온몸 때려
여 “홍사덕 이어 송영선까지…더 붕괴할 멘탈도 없다”
석궁판사 ‘5·18은 공산국가 혁명’ 책 돌렸다
삼성에 강연나간 장하준 ‘문어발 재벌’ 옹호?
조현오, 테이저건 자제 지시도 묵살
[화보] 안철수 후보의 과거 모습들 화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