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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국보 83호 뉴욕 나들이 괜찮나

등록 2013-05-16 19:10수정 2013-05-16 19:11

국립중앙박물관이 중요 문화재인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등 국보 12점과 보물 14점을 4개월 동안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전시를 위해 반출하기로 하자 문화재청이 난색을 표하는 등 반발이 일고 있다. 국보 83호를 장기간 외국에서 전시하는 것은 위험하고, 이제 중요 문화재 대량 반출은 삼갈 때라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이번 전시가 한국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좋은 기회이며, 약속된 전시 계획을 바꾸면 곤란하다는 반론도 있다. 논란에 대한 두 전문가의 입장을 소개한다.

한국 문화 정수 보여줄 좋은 기회

미국 황금시즌 전시로 큰 효과 기대
메트로박물관 전시 안전 시스템 우수
복제품 전시 주장은 추세에 안 맞아

올해 10월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황금의 나라, 신라’ 전이 열린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박물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우리 문화재가 전시된다니, 한국 문화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널리 알릴 좋은 기회다. 최근 한국 대중문화가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한국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런 배경에 우리 전통문화의 뿌리 깊은 저력이 있음을 보여줄 호기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호사다마랄까. 이 좋은 일에도 논란이 따른다.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을 비롯한 중요 지정문화재가 다수 출품되는 데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들의 논리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뛰어난 우리 문화재를 굳이 외국에 들고 나가 보여줄 게 아니라 외국인들이 와서 관람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귀중한 문화재를 외국에 내보내는 것은 위험하니 복제품 활용이 바람직하다. 셋째, 미국의 일개 박물관장이 선정한 유물을 그대로 내보내는 것은 민족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 중 세 번째 주장은 굳이 세세히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전시품 선정은 상대 박물관 관장의 취향에 좌우되는 게 아니라 양국 박물관의 전공 큐레이터들의 장기간 협의로 신중하게 결정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전시는 5년 전 국립중앙박물관의 제안으로 추진됐으니 사대주의 운운하며 민족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이성적 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재를 보러 오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상적으로는 그렇지만 여기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들이 보러 오고 싶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우리 문화의 존재와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 이역만리 저편에 있는 서양인들이 우리 역사의 유구성과 전통의 독창성을 과연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쉽사리 긍정적인 대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그렇다면 우리 역사와 전통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며,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전시회다. 좋은 전시는 탄탄한 기획력과 훌륭한 전시품이 뒷받침돼야 한다. 백 마디 구구한 설명보다 한 점의 문화재가 시각 언어로 던지는 메시지가 더 효과적이다. 한국 문화의 정수를 보여줄 좋은 문화재가 출품돼야 하는 이유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여건이 돼야 한다. 바로 연 600만명이 방문하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미국의 황금 시즌인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 신년까지 열린다니 금상첨화다.

출품되는 문화재들은 혹시나 있을 위험을 피하려고 비행기 두 대에 나눠 반출되고,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은 최고의 전시 안전 시스템을 갖췄으니 유물 안전에 대한 염려는 덜 수 있다. 세계 주요 박물관들은 복제품을 전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아무리 정교하게 제작된 복제품이더라도 실제 유물이 주는 감흥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 브리티시박물관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도 그렇다. 국가를 대표하는 주요 문화재이더라도 국익적 판단에 따라 타국에서 전시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이번 전시가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을 비롯해 21건(26점)의 지정문화재가 나갈 만큼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를 저울질해보는 것이 더 생산적인 논쟁이라고 생각한다.

뉴욕 한복판에서 우리 문화재를 보는 뉴요커들의 탄성이 끊이지 않는 행복한 상상에 젖어본다.

오영찬 이화여대 교수(한국고대사)


대규모 중요 문화재 반출 중단해야

국보 83호 단 하나뿐, 만일 대비해야
졸속적 대규모·장기 반출은 국격 훼손
유럽국들 ‘공인 복제품’ 참고할 만

예술성과 역사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들을 후세들은 ‘문화유산’라는 이름으로 영구히 보존하고 감동을 느끼곤 한다. 특히 문화유산 중에는 신앙의 대상으로 매우 경건하게 모셔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성스럽고 경건한 예배의 대상은 매우 엄격히 관리한다. 바티칸의 성베드로 대성당 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열리는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 그림은 사진도 못 찍게 한다. 성화로 유명한 이탈리아 우피치미술관, 중국 3대 불교 석굴, 일본의 국보급 사찰 벽화, 경주 석굴암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런 규정을 따르는 것은 문화적으로 성숙하기 때문이며, 두고두고 아끼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또 조각상을 비롯한 공예적 가치가 뛰어난 문화유산들도 이동을 엄격히 제한한다. 성베드로 대성당의 피에타상, 인도의 사르나트사원 조각품, 일본의 국보 반가사유상, 프랑스의 비너스 등이 그렇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은 ‘공인 복제품’ 제도를 두어 공인 기관에서 원작을 복제한 유물로 국외 전시를 대체하고 있다. 로마 거리의 조각상은 대부분 복제품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는 예외다. 문화부와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3월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전시 협약을 맺고 ‘황금의 나라, 신라’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며, 유물 반출 주무 기관인 문화재청과 사전 협의 없이 조급하게 일 처리를 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은 1998년 한국의 국보급 금동관을 전시하다가 파손시켰다는 논란이 있던 곳이다. 특히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은 걸작으로 꼽히는 유물로, 1957~2009년 8회나 외국으로 반출됐다. 일수로 2626일이고, 무려 870일(2년4개월)이나 미국에 내돌려진 적도 있다.

이런 염려 때문에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 기념으로 일본에서 전시하기 위한 문화재 174건 271점의 반출이 문화재위원회에 의해 상당 부분이 거부됐다. 문화재는 한 번 훼손하면 돌이킬 수 없고, 출토지에서 전시해야 진가가 발휘되고, 대규모 진품의 국외 전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는 이유였다. 또 중요 문화재는 복제품으로 대신하라면서 백제금동대향로는 반출을 불허했다. 이번에도 문화재위원회는 장기·대량 반출을 자제하고, 운송과 포장 등을 보완하라고 결정했고,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국보급 유물의 장기·대량 반출을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또 납득이 안 가는 것은 동생(국립중앙박물관장)이 유물 반출을 신청한 것에 대해 친언니가 분과위원장으로 있는 문화재위원회 분과에서 심의했다는 것이다. 이는 제척(피해야 할 사항) 사유에 해당한다. 더 큰 문제는 문화부와 국립중앙박물관의 행태에 있는데,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일개 박물관 관장이 달라고 하는데 국가의 문화부는 다 퍼주라고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

어떤 나라가 이렇게 많은 국보와 보물을 한 번에 반출하는가? 반가사유상은 우리나라, 아니 전세계에 단 하나만 존재한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는 게 당연하다.

이제 우리 문화를 홍보하려면 우리나라를 직접 방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존의 퍼주기식 홍보보다는 국격 있는 홍보를 하라는 것이다. 국보와 보물을 잔뜩 가지고 나가서 쉽게 전시하는 것은 1970년대 식이다. 문화부와 국립중앙박물관은 너무 쉽게 국격을 낮추고 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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