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전영환ㅣ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
최근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세부 정책방향 및 부문별 이행 시나리오를 담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다. 시나리오는 사회 전 분야에서 에너지 소비 행태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한 미래 사회상을 제시한 것이다.
시나리오상 에너지 공급원은 크게 재생에너지, 수소 및 수소 기반 친환경 연료, 최소한의 화석연료, 탄소포집·저장(CCS), 원자력으로 압축된다. 이 중 주요 이행수단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57~71%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는데, 비중 달성을 위한 막대한 비용 문제 등에 대한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기술혁신 및 산업 성숙도, 전력그리드 고도화를 통한 향후 경제성 개선을 고려하면 2050년까지의 비용을 현재 수준에서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기술진보 및 규모의 경제 달성, 시장경쟁 심화 등으로 2019년 신규 재생에너지의 56%가 가장 저렴한 신규 화석연료의 균등화발전비용(LCOE)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태양광 모듈의 경우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결정질 실리콘 가격은 87~92%까지 하락했다.
또한 영국의 경영에너지산업전략부(BEIS)는 2030년 태양광 발전단가가 60유로/㎿h, 원자력이 78유로/㎿h로 재생에너지 발전이 원자력보다 수반 비용이 적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렇듯 진일보하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소요비용은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이웃 국가인 일본의 에너지 분야 구상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은 수소 생태계가 확립될 때까지 암모니아와 화력발전 혼소(혼합연소) 기술을 적용하고, 2030년까지 실용화할 계획이다. 또한 수소터빈도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와 함께 기술 개발 중이다. 반면 영국은 이미 2030년부터는 수소터빈 도입을 시나리오에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의 에너지 수급 여건은 천차만별이지만 탄소중립을 위해 선택 가능한 기술과 정책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본격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을 펼친 지 이제 4년 남짓이며, 재생에너지 비중도 아직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이에 견줘, 유럽연합(EU)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40%가 넘고, 2030년에는 65%까지 높일 계획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재생에너지 비중도 26%에 이른다. 이러한 격차는 수출 의존 경제구조인 우리나라에 상당한 부담이다.
유럽연합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 도입을 예고하였으며, 미국도 2024년 도입을 목표로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제는 우리 여건을 핑계로 탄소 감축에 마냥 시간을 지체할 수만은 없다. 우리도 앞으로 실행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보유한 기술로 얼마나 목표에 다가설 수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하고 수시로 전략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 가야 할 길은 멀고, 시간은 부족하다. 에너지 기술 수준, 비용에 대한 고담준론도 좋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일관된 목표와 이를 구현할 실행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