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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의료대란인가, 의료대망인가

등록 2021-08-30 17:28수정 2021-08-31 02:36

보건의료노조 2일부터 총파업

[왜냐면] 이주호ㅣ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

보건의료노조 8만 조합원이 9월2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공공의료·인력 확충’ 요구에 지지와 응원이 쇄도한다. 댓글은 ‘노조 입장 10,000% 지지한다’ ‘그동안 너무 참았다’고 한다. 코로나 1년8개월,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공공의료와 간호사들의 헌신과 희생을 국민들은 너무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이번 파업은 정부여당이 어떤 관점에서 대응하느냐에 따라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의료대란 대책에만 그칠 것인지, 아니면 지난 수십년 동안 과제로만 머물러 있던 공공의료와 인력 확충, 간호사 처우 개선의 획기적 전환점을 맞이할 것인지 판가름 난다.

정부가 노조와 가슴을 연 대화를 하려면 ‘보건의료노조 티브이(TV)’에 있는 ‘코로나 전담병원 간호사의 눈물’과 ‘20년차 중환자실 간호사의 절규’ 영상을 꼭 먼저 보기 바란다. 그리고 핵심 쟁점 해법을 함께 찾아보자.

첫째, 인력 확충과 간호사 처우 개선이다. 인력을 갈아 넣어 버티고 있다는 현장에 정부 지원은 임시 인력 파견이 전부다. 현장은 더 큰 혼란이다. 코로나 전담병원 인력 기준 마련과 생명안전수당 지급과 함께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인력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 상황은 평소 처우에 아무 문제가 없다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수십년 동안 누적된 간호인력 문제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더 이상 버티지 못하면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다. 매년 2만5000명의 간호사가 배출되면서 전체 간호사가 45만명을 넘어서고 있지만 병원마다 간호사가 부족하다고 난리다. 더 정확히 말하면 현재 병원의 낮은 임금과 정신·육체·감정 노동으로 점철된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간호사가 병원에 오지 않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한 것이다. 이런 간호 현실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그 어떤 처우 개선 대책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더 이상 단편적인 대책만으로는 떠나가는 간호사를 붙잡을 수 없다. 이제는 미국 1 대 5, 일본 1 대 7처럼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을 법제화하여, 환자 보는 비율을 대폭 낮추고, 최악의 병원 밤근무 교대제를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제로 개선하면서 실노동시간 단축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둘째, 공공의료 확충이다. 그동안 10%도 안 되는 공공의료 때문에 시민사회의 목표는 최소 30%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오면서 전국 70개 중진료권에 공공병원 1개 이상씩을 짓자는 것으로 목표를 구체화했다. 정부도 동의하면서 계획을 발표했지만 35개 지정 이후 멈춰 있다.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한다. 현재 지역적 요구가 많은 서울 광주 울산 부산 대구 경산 인천 양주 안산 제천부터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예타 면제와 국비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권역 감염병전문병원 건립도 메르스 이후 박근혜 정부 때부터 나온 계획인데 아직 1곳도 건립하지 못하고 있다. 6개 권역에 예산확보와 함께 즉시 추진해야 한다.

국립중앙의료원을 세계적 수준의 명품 공공병원, 한국 공공의료의 중추로서 서울 도심에 우뚝 세우고, 전국 70개 중진료권마다 1개 이상 300∼500병상 규모의 현대화된 공공병원이 세워진다면 케이(K) 방역은 케이 의료로 완성되면서 전국 어디에 살든 지역 의료 불평등을 넘어 질 좋은 필수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추격의 시대에서 추월의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의료는 추월은커녕 추격도 못 하고 오히려 후퇴만 거듭할까? 초고령화 사회 진입, 1인가구 663만 시대, 지방소멸 시대, 누가 우리의 건강과 노후를 돌볼 것인가? 공공의료와 인력 확충이 답이다.

우리 모두가 다 알고도 못 하는 이 의제는 정부여당의 정무적 정치적 결단으로 풀 수밖에 없다. 코로나 재난 시기, 모두가 지지하는 이 정책을 노-정이 대합의를 통해 추진 동력을 확보 못 하면 며칠간의 ‘의료대란’ 문제가 아니라 45만 간호사의 ‘엑소더스’(대탈출)와 의료 붕괴가 현실화되면서 ‘위드 코로나’ 전환도, 케이 방역도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없다. 지금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누군가 총대를 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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