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농민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

등록 2021-11-08 19:33수정 2021-11-09 10:33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이 지난 10월26일 해남 땅끝마을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사진은 10월27일에 있었던 곡성 대행진 현장. 대행진 추진위원회 제공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이 지난 10월26일 해남 땅끝마을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사진은 10월27일에 있었던 곡성 대행진 현장. 대행진 추진위원회 제공

[왜냐면] 박진도ㅣ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사장·충남대 명예교수

민회가 열렸다. 농촌 사람들의 쌓인 울분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우리 면의 인구는 1800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전교생이 18명이고, 1~4학년까지는 6명입니다. 학교가 문 닫으면 마을이 없어집니다”, “구멍가게조차 없어 생필품을 사려면 읍에 나가야 하는데 버스가 하루에 한두차례밖에 없어서 살 수가 없어요”, “몸이 아파 병원에 가려 해도 갈 수가 없어요”.

기업의 농촌 침탈과 농협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산업폐기물로 땅이 죽어가고 지하수가 오염됩니다. 농지는 농민의 밥그릇인데, 밥그릇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면 첫째는 농민이 죽고, 둘째는 국민이 죽습니다. 서울 쓰레기는 서울에서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기업이 거대 자본력을 바탕으로 농업에 진출해서 침탈하고 있습니다”, “농협이 제 역할을 하면 농촌 문제의 절반은 해결할 수 있다고들 하는데, 실제로는 농민 조합원이 아닌 임직원과 농협 자체를 위한 조직입니다”.

정부에 대한 비판과 대안도 이어졌다. “지난해 섬진강 물난리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 아직도 피해 보상과 복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정부의 태양광 정책은 업자들 배만 불리고, 농촌의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주민 갈등을 야기하고, 농지 축소를 가져오고 있어요”, “지역개발사업이나 도로 등에 예산 낭비하지 말고 농민기본소득이나 농촌주민수당을 직접 주는 게 좋겠습니다”, “고령화로 사람이 없으니 마을공동체가 무너집니다. 마을에 상주하는 복지사가 필요합니다.”

자성과 희망의 목소리도 있다. “비료, 농약, 농기계 등 농비가 많이 드는 관행 농업이 아니라 자연 농업과 친환경 생태 농업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20대 청년 농부인데, 멜론 농사를 지으며 가공과 카페를 하면서 보람을 찾고 있어요”, “주민자치와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으로 지역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은 해남 땅끝마을을 시작으로 전국 8도 18개 시군을 순회하며 두 달간 계속된다. 지난 10월26일 전남 해남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민회 현장. 대행진 추진위원회 제공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은 해남 땅끝마을을 시작으로 전국 8도 18개 시군을 순회하며 두 달간 계속된다. 지난 10월26일 전남 해남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민회 현장. 대행진 추진위원회 제공

지난 10월26일부터 도올 김용옥 선생과 함께 해남 땅끝마을을 시작으로 두달 동안 전국 8개도 18개 시·군을 순회하는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남 해남군과 곡성군, 전북 김제시와 완주군, 익산군에서 행진하고 민회를 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절절한 농촌현실 고발에 마음이 아프다. 농촌을 살리고 싶다는 열망과 기대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현장에서 마주한 우리 농촌은 일인당 국민소득 3만3천달러, 세계 10위권의 경제 선진국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1970년에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농촌(면)에 살았는데, 지금은 9%가 채 되지 않고, 대부분이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면에 수도권 집중은 도를 넘어섰다. 수도권과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정책의 결과다. 그렇다고 도시 사람들이 행복한 것도 아니다. 불평등은 더욱 커지고, 주거·일자리·청년·교통·환경 문제 등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농림어업과 농촌이 국민총행복을 위한 일터, 삶터, 쉼터로서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대행진에 나선 우리의 심정은 절박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서 농촌은 ‘섬’과 같은 존재고, 농촌 문제는 농민만의 문제라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정치 지도자들은 농촌 살리기가 아니라 여전히 ‘경제가 성장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성장주의’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촌 주민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장에 답이 있다. 전국을 돌며 행진과 민회를 이어가는 이유다. 이번주는 ‘향수’의 고장, 충북 옥천군과 괴산군으로 행진한다. 행진을 성공리에 완주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그 소중한 가치의 전파를 기대한다.

전남 농민단체들이 지난 4일 농어민수당 지급조례를 개정해 여성농민과 은퇴농민한테도 수당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제공
전남 농민단체들이 지난 4일 농어민수당 지급조례를 개정해 여성농민과 은퇴농민한테도 수당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