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남미란 | 포항 유성여자고등학교 교감
우리 주변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화젯거리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이다. 어딜 가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평균 온도가 상승하면서 발생한, 또는 예상되는 문제들이 대화의 주제가 되고 있다. 지난 8월 승인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는 앞으로 20년 안에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록적인 기온 상승과 산불·홍수 등 전세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이상기후의 징후는 우리의 지구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미래의 주역인 우리 청소년들 역시 자신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직면하게 될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들과 기후위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를 점점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기후활동가인 스웨덴 청년, 그레타 툰베리가 촉발한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과 실질적인 대응 행동들은 더 이상 아주 멀고 먼 나라 활동가의 영웅담만은 아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포항 유성여고의 많은 학생들도 그와 같은 젊은 영웅들이 되고 있다.
포항 유성여고에서는 선택교과에 환경 교과를 편성하고, 계기교육 등을 통해 환경에 관한 학생들의 이해를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의 범위가 워낙 넓고 복잡해서, 청소년들은 학교 수업만으로 이를 이해하고 체화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 여전히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지난 9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포럼 사업의 하나로 탄소중립을 주제로 놓고 학생들과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지구온난화와 탄소중립에 대한 전문가 강의를 듣고, 친구들과 함께 학습한 내용들을 토론했다. 또한 쇼트폼(short-form) 비디오 플랫폼 ‘틱톡’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탄소중립을 위한 생활 속 실천 방안들을 제안하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참여를 권유해보는 기회도 가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강의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토요일 수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3차에 걸쳐 80여명의 학생이 진지하게 참여했고,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좋은 아이디어들로 이미 조회수 1만회 이상을 기록한 콘텐츠들도 나왔다.
학생들한테 평소 수업에서 접할 수 없었던 전문가들의 강의와 질의응답, 팀원들과의 토론은 그 자체로 소중한 기회였다. 특히 공동작업으로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해 유통하면서 우리 사회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행동하고 참여하는 시민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번 포럼을 통해 우리 학생들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이라는 공공의 과제 해결을 위한 행동을 실천한 것이다.
전 지구적 재앙을 몰고 올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른만이 아니라 포항 유성여고 학생들처럼 더 많은 젊은 영웅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미래 문제의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공공의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이를 뒷받침해주는 더 많은 정책들이 나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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