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황명선 |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논산시장
‘세입 오차 37.4% 역대 최대… 지자체 곳간에 129조 쌓였다’. <한겨레> 12월2일치 기획기사 제목이다. 기사는 ‘나라살림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하여, 지난해 지방정부들이 세수를 과소 추계해 예산을 편성하였고, 그 결과 129조259억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코로나19로 적극적인 재정 지출이 필요한데도 긴축예산을 편성해 경기회복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다.
지방정부들이 좀 더 정확한 세수 추계를 통해 본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본예산 편성은 전년도 말에 하고, 결산은 당해 연도 말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불일치는 불가피하다. 지방정부들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년 ‘세입 오차’, 즉 예산상의 세수와 결산상의 실제 세수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하지만 나라살림연구소의 보고서와 <한겨레> 기사는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세입 추계와 예산편성을 똑같은 관점에서 비교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첫째,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로부터 재원을 받아서 대부분의 예산을 편성하고, 주요 지방세들도 국세를 일정한 비율로 배분받으므로, 중앙정부의 세입 오차가 커지면 지방정부의 오차도 그대로 커진다.
둘째, 기사에서 ‘곳간에 쌓였다’는 돈, 즉 순세계잉여금은 지방정부의 초과세입과 불용액으로 결정된다. 정책환경 변화에 따른 초과세입, 국·도비 사업 및 보조금 시기 지연, 민원에 따른 예산계획 변경 등이 그 원인이다. 따라서 수입예산을 먼저 잡고 지출예산을 편성하는 지방정부 예산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 또 <한겨레> 기사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쳐 계산한 것으로, 특별회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특별회계는 특수목적사업을 위한 재원이므로 무조건 집행하기 어렵다.
셋째, 지방정부의 주요 세원이 되는 취득세, 지방소득세, 재산세는 최근 중앙정부 부동산 정책의 변화와 가격상승으로 갑작스럽게 늘어났다. 2020년 순계 기준 지방세 예산은 90조9505억원이며, 결산은 102조481억원이다. 세입 오차는 11조976억원이고, 이 가운데 취득세 7조2921억원(65.7%), 지방소득세 1조877억원(9.8%), 재산세 9040억원(8.1%)으로 전체 세수 오차의 83.6%를 차지한다. 중앙의 정책 결과가 지방정부의 세수 과소 추계로 이어진 것이다.
넷째, 코로나19 국면에서 지방재원의 60%나 되는 교부세, 교부금, 국고보조금 등이 늘어났다. 이러한 재원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내려주는 재원으로, 그 규모를 지방정부가 정확하게 예측하긴 어렵다. 지방정부가 본예산을 편성하는 10월 말에 중앙정부가 ‘가내시’(임시통보)라는 형태로 통보해주고, 지방정부는 이를 반영해 본예산을 편성하게 된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는 지방정부들은 본예산에 편성하지 못한 재원을 이듬해 초부터 수차례 추경예산으로 반영해 지출하는 방식의 행정을 펼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왜 더 정확하게 하지 못하느냐 추궁은 할 수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의 해법은 아니다. 특히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낮을수록 세입 오차는 더 커진다.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 재정자주도를 높이는 재정분권만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예산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재원이 남는데도 이를 적극 재정으로 편성·집행하지 않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 재정분권이 매우 절실함을 보여주는 좋은 보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