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제주4·3 희생자 보상, 73년 만의 응답

등록 2021-12-27 18:05수정 2021-12-28 02:01

[왜냐면] 전해철 | 행정안전부 장관

과거사 정리는 지난날 이루어진 탄압과 폭력, 왜곡하고 은폐해온 진실을 바로잡고 이를 명확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올바른 사회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과거사로 가슴앓이를 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더 이상 그분들의 상처를 외면하며 지낼 수는 없다. 국가권력에 의한 피해자가 정당한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사회는 올바른 사회,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없으며 과거의 상처를 안고 있는 분들을 두고서는 화해와 통합, 희망의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규명과 이를 바탕으로 한 명예회복일 것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문제 해결’을 100대 국정과제 중 주요한 내용으로 정하여 추진해왔다.

특히 내년부터 시작될 제주4·3 희생자 보상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 최초의 입법적 보상으로서 과거사 정리의 큰 전환점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다. 1999년 제주4·3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제주4·3특별법’ 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하였고, 21년 만에 특별법 전부개정으로 특별재심을 통해 군사재판 수형인의 명예회복과 희생자 피해보상을 실시할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 모든 것은 제주4·3의 진실을 밝히고 평화와 인권에 대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우리 국민의 염원 그리고 진정성 있는 노력이 맺은 결실이다.

정부는 희생자와 유족이 겪은 고통과 사건의 특수성을 반영하면서도 사회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 마련을 위해 개정된 특별법을 근거로 지난 10월까지 약 8개월간 피해 보상기준 마련에 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용역 결과를 기초로 정부안에 보상금 예산을 반영하고자 했다. 16여차례의 유족 의견수렴과 전문가 자문을 통해 희생자 보상 방안을 마련하였고, 이를 제도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한 ‘4·3특별법’ 개정안 발의를 지원하였다. 그리고 지난 12월9일, 희생자 보상기준을 구체화한 개정안이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먼저 확보된 2022년 예산과 함께 보상의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제주4·3 희생자 보상의 제도적 기반이 완성된 것이다. 73년의 세월 동안 이어져온 제주4·3 해결의 역사는 사건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그리고 보상까지 이어지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뒤늦게나마 1만4533명이 넘는 한 맺힌 희생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번 보상 방안을 대승적으로 수용하여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몸소 보여준 제주4·3 희생자 및 유족에게 깊은 감사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

이와 같이 사건의 진실규명, 희생자 명예회복, 물질적·정신적 피해의 치유, 세대 전승 등으로 이어지는 과거사 해결에는 반드시 ‘진정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국가는 진정성 있는 태도로 과거의 왜곡된 진실을 바로잡고, 희생자에 대한 정당한 조치를 함으로써 끊임없이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과거사 정리는 오늘보다 더 진실된 미래를 만나고, 새로운 미래로 전진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계속된 과거사 정리를 통해 대립과 반목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고 화해와 통합의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