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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무공해주택 보조금’이 필요한 이유

등록 2021-12-29 18:07수정 2021-12-30 02:31

[왜냐면] 이명주 | 명지대 교수·탄소중립위원회 녹색생활분과장

2018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160명 중 30명이 주택에서 사망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노후주택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는 일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6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1850년부터 1900년까지 한번 정도 나타난 ‘최악 폭염’이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하면 그 이전보다 8.6배 이상의 빈도로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겨울철 이상기후도 올해 초 텍사스에 100여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폭설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아시아의 곳곳도 얼음도시로 변했다. 폭설로 인한 고립, 대규모 정전, 상하수도 동파 등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폭염과 혹한에도 견디고 인간의 건강과 생존까지 책임질 수 있는 ‘노후주택 개선사업’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노후주택을 개선하는 방법에는 ‘전면 그린리모델링’이 있다. 오래된 곳을 부분적으로 개선하는 것보다 벽과 창호 모두를 살피면서 단열과 기밀 성능을 높이고,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 공기순환기를 설치하면서 바닥 난방배관까지 교체하면 겨울철 난방에너지를 최대 70~80%까지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개선에 드는 비용이 높다는 이유로 대부분 전면 그린리모델링보다는 부분 개선만을 선호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창호, 보일러, 태양광 전지판 등 단편적 항목에만 지원하고 있는 것도 부분 개선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노후주택에는 외풍, 추위, 더위, 결로, 곰팡이, 누수, 난방배관 노후화라는 ‘7가지 불편한 진실’이 있다. 그런데 부분적으로 유리창만 교체한다는 것은 벽과 현관문 등으로 들어오는 외풍, 벽체로부터 나오는 찬기와 열기, 결로·곰팡이, 누수, 그리고 난방배관 문제로 인한 열손실 등은 방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준공 후 20년이 넘은 주택이 전체의 65.2%를 차지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와 재난은 빈부·연령·성별을 가리지 않고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정부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에너지효율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에게 견기기 힘든 계절은 여름과 겨울이다. 노후주택 에너지효율 개선 사업은 에너지성능 개선 사업, 실내 열적 쾌적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건물부문 탄소중립을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부분 개선이 아닌 ‘전면 그린리모델링’을 위한 지원사업 항목 변경과 지원금 현실화가 필요하다.

국가는 민간이 전기차를 살 경우에 차종에 따라 세금으로 12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무공해차 구매보조금’ 제도의 취지를 제로에너지 수준의 ‘전면 그린리모델링’ 사업에도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민간이 소유한 노후주택에도 ‘무공해주택 보조금’ 제도를 도입한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이익도 발생할 것이다. 또한 주택에너지 성능기준·표준공사비·소통플랫폼·설계, 시공기간 단축, 하자 보수 등의 방안 마련과 컨설팅·이사비용 지원도 함께 이뤄진다면 사업의 품질도 높일 수 있고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노후주택 에너지효율 개선 사업은 대한민국 헌법 35조에서 강조한 것처럼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갖게 하는 일이며, ‘국가와 국민이 환경보전을’ 위하여 실천해야 하는 일이다. 다가올 추위와 더 혹독한 더위로 고통받게 될 많은 국민을 위해서라도 정부와 지자체는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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