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25일 서울 강남역 앞 농성장에서 이재명 후보(앞줄 오른쪽)와 만난 황상기(가운데) 반올림 대표. 반올림 제공
[왜냐면] 황상기 |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대표
이재명 후보님, 안녕하세요. 유미 아빠 황상기입니다. 반올림이 삼성 앞에서 농성할 때도 와 주시고, 농성 끝났을 때도 와서 함께 기뻐해주셨던 거 고맙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 유미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죽었을 때, 참 힘들었습니다. 산업재해 신청을 하니까, 피해자한테 입증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무슨 증거가 있습니까? 증거를 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데, 회사에 증거를 내라고 해야지, 피해자에게 증거를 내라고 하면 어떡합니까?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 다 마찬가지였습니다. 증거 달라고 하면, ‘영업비밀’이라고 하면서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증거 달라고 재판까지 해서 받아냈습니다. 근데 재판으로 안 되니까 삼성 뜻대로 법을 바꿨습니다. 국가핵심기술과 관련만 있으면 공개하지 말라고 합니다. 반도체 기술이 다 국가핵심기술이라면서. 그럼 반도체 공장 피해자들은 어떡하란 말입니까?
산업기술을 활용하는 공장의 유해 환경에 대해
알리면 처벌받게 해놓았습니다. 공장 노동자들이 암에 걸려 죽고 가정이 파탄 나도 쳐다만 보란 말입니까? 반도체 전자 산업 중에 산업기술과 관련 없는 공장이 어디 있습니까? 위험하면 위험하다고 말해야지, 산업기술인지 따져보고 가만있으란 말입니까? 일하다 사람이 죽어도 감옥 가는 사람 없고, 벌금 몇백만원 내고 끝내면서, 공장 위험 알리면 몇년씩 감옥 가게 하는 법이 제대로 된 법입니까?
20대 국회 때 산업기술보호법을 국민의힘 쪽 의원들이 주도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막지 못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때 ‘잘 몰라서 찬성했는데, 제대로 개정하겠다’고 기자회견 했던 민주당 의원들도 여럿이었습니다. 법 고치겠다고 토론회도 두번이나 했는데, 2년이 넘도록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더 기가 막힌 건 법을 고치기는커녕 더 나쁜 법(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통과시킨 겁니다. 민주당에서 반대나 기권한 의원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찬성해서 올해 1월11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번에는 아예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나섰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산업 지원하겠다고 법 만들면서, 처벌을 더 세게 하는 내용을 집어넣었습니다. 반도체 지원이 필요하면 지원하는 내용만 넣어야지, 이렇게 공장 위험을 알리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넣으면 어떻게 합니까? 반도체 산업만 잘되면 문제없는 겁니까? 당 대표가 나서니 다른 의원들이 제대로 반대 목소리도 못 내는 거 같습니다.
산재를 겪어보신 분이라 우리 마음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반도체 산업도 중요하겠지만, 국민 생명이 더 중요하지 않습니까? 민주당 의원들이 나서질 않으니, 후보님이 나서주십시오. 노동자들 생명과 가정을 보호하는 법을 꼭 만들어주십시오. 바쁘실 텐데, 달리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편지를 드립니다. 날씨가 추운데 건강 챙기며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