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정진호 | 한동대 통일한국센터 교수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에서 벌어진 조선족 참가자의 한복 입장과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으로, 한국인의 반중·혐중 정서가 들끓고 있다. 그것을 정치권과 대선 후보들까지 가세하여 부추겼으니 심상치 않다. 그렇지 않아도 반중 정서가 역대 최고치에 달하고 있는데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이대로 두어도 좋은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중요시하고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투자를 원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미-중 패권 경쟁의 기회 요인을 취하고 실리 외교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 지나치게 기울어진 친미 일변도의 국민 여론을 조정·관리해야 한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저울은 무너지기 십상이다.
사드 배치와 경제 보복 이후 한·중 두 나라의 감정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한국이 실용 외교로 두 강대국을 적절히 이용하기 위해서는 한-미 동맹의 역사성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6:4 정도의 균형이 이루어져야만 양쪽을 끌어당길 수 있는 흡인력이 생길 수 있다. 현재 중국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10%대까지 급감한 상황은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일방으로 기울어진 친미·혐중 관계는 역사적으로 풀기 힘들었던 한-일 관계만큼이나 한국에 더 큰 외교적·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으며, 첨예한 미-중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미국에 휘둘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한국의 대중 수출의존도가 2020년 기준으로 31.8%(홍콩 우회 수출 포함)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대선 후보가 사드 추가 배치 운운하는 것은 실로 한반도 실리 외교의 기본이 결여된 발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대북 문제를 평화와 공영으로 풀어가는 과정에서, 매우 부정적인 동북아시아의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한-미 관계 강화 못지않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의 마음을 설득하여 한-중 관계 회복을 더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경제·군사 대국이요, 문화 강국이다. 미국이나 중국에 대한 소국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복의 세계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미국에 사는 우리 동포들이 소중하듯이 우리 민족의 말과 글을 쓰는 조선족이 중국 안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고 있음은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자산이다. 조선족을 멸시 비하하고 조선족 조폭 영화를 만들어 그들에게 상처를 주고 반한 감정을 갖게 한 것도 부족하여, 한-중 간의 문화전쟁에서 중국을 자극함으로써 조선족들이 더 소외되도록 만드는 어리석음을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조선족 참가자의 한복 입장에 대한 올바른 대처는 무엇이었을까? 만일 미국에서 열린 올림픽에 미국 동포가 한복을 입고 입장식 주자로 참여했어도 그런 소란이 있었을까? 미국이 50개주의 연합국가라면 중국은 한족과 조선족을 비롯한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연합국가이다. 중국 내 소수민족의 위치에 있는 조선족이 고유의 의상을 입지 못하게 중국 정부가 막았다면 문제가 될 일이지만, 그들이 자신들의 고유 의상을 입고 개막식에 등장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임을 우리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것을 가지고 항의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소아병적인 자세요, 조선족을 비롯한 모든 중국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이다.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는 해다. 사드 배치와 중국의 경제 보복 이전의 한-중 동반자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매우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