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정훈 청주대 경영학부 교수
통신업계에 봄날이 돌아왔다. 지난해 통신 3사의 연간 영업이익이 10년 만에 4조원을 넘어섰다. 그간 가계통신비 정책 등의 여파로 성장이 둔화됐다고 주장해온 통신사들이었지만, 결국 2019년 5세대(5G) 상용화 이후 실적 개선에 성공한 모습이다.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높은 5G 가입자 증가와 설비투자의 감소가 이익의 증가로 나타났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5G는 그림의 떡이다. 인구의 대부분이 거주하는 서울, 수도권 등 전국 85개 시에는 5G 커버리지 구축을 완료했다고 하지만, 품질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고 농어촌 공동 구축으로 채워야 할 빈칸이 너무 많다. 진정한 5G 전국망은 2024년에나 완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설비투자액은 전년 대비 감소했고, 통신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5G 관련 분쟁 조정 신청 건수는 1.6배 증가했다. 5G 상용화 초기부터 누적된 소비자 불만은 여전한 상황이다. 5G 가입자는 올해 3천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데 설비투자는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어 소비자의 불만족과 품질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
소비자들이 5G 서비스에 비싼 요금을 지불하는 이유는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이동 중에도 끊김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를 줄여 단기적 이익을 높이는 경영 방식은 장기적으로 통신사들의 핵심적인 수익 창출 능력을 저해하여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통사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경쟁적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경쟁 활성화로 인한 혜택은 소비자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2012년 당시 3위 사업자인 엘지(LG)유플러스가 엘티이(LTE) 전국망 구축을 가장 먼저 선언하자 에스케이(SK)텔레콤과 케이티(KT)가 빠른 속도로 따라오며 망 투자 경쟁이 일어났고, 전국적 4G 시대가 열렸다.
10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추가 주파수 공급이 경쟁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엘지유플러스가 지난해 7월 신청한 3.5㎓(기가헤르츠) 대역 20㎒(메가헤르츠) 폭이 경매를 통해 희망하는 사업자에게 할당되고, 이 할당에 현재 7만국 수준인 5G 기지국을 대폭 확대하도록 조건을 부과한다면 이통사들의 투자 경쟁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전국적 5G 시대로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는 공평하지 못하다며 추가 할당 자체를 반대해왔다. 추가 할당 대상 주파수가 현재 엘지유플러스가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의 인접 대역이기에 다른 통신사는 가져가도 효용이 떨어지고, 이 때문에 ‘경매’는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도 20㎒씩 더 할당해달라’며 또 다른 대역의 추가 할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반대는 20㎒ 주파수 가격이 높아지면 이것이 기준가가 되어 향후 할당할 5G 주파수 가격도 덩달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높은 요금을 지불하는 5G 사용자들의 불만과 낮은 품질을 해결하기보다 단기적 이익에 더 집착하는 미시적 경영 행태로 보여 안타깝다. 정부는 5G 품질 향상과 5G 투자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경쟁이 없는 상황을 두고 볼 것이 아니라, 경쟁을 일으키는 정책을 적극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