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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낙동강 하구, 자연이라는 원금을 되찾다

등록 2022-02-23 18:15수정 2022-02-24 02:31

[왜냐면] 박재현 |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자연이라는 원금은 건드리지 말고 이자로만 살아갈 것.”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이 강조하신 삶의 방식이다. 우리는 미래세대로부터 잠시 환경을 빌려 쓰고 있으며, 우리가 누리는 만큼 그들도 누릴 수 있도록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류는 그동안 자연이 원금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살았다. 1972년 로마클럽 보고서에서 ‘성장의 한계’를 진즉에 경고했음에도 50년이 지나도록 자연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그 결과 지구의 생태계가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미세먼지와 이상기후, 팬데믹은 이미 일상이 됐으며, 마스크를 달고 살아야 하는 아이들은 원래 지구가 이런 곳인 줄 알면서 커가고 있다. 가슴 아픈 현실이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내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시 자연이 주는 이자로 살아가는 방식을 회복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자연의 원금을 되찾는 반가운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 9일 낙동강 하구 기수 생태계 복원방안이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최종 의결되며 35년간 막힌 수문이 열리게 됐다. 성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변화의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낙동강 하굿둑은 1987년 안정적으로 농업·공업·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됐다. 그러나 강과 바다가 막히며 낙동강 기수는 생명력을 급격히 잃었다. 풍부했던 재첩과 갈대숲은 사라졌고, 어종이 줄어들며 철새도 떠났다. 생태 복원은 지역과 시민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고, 하굿둑 개방에 대한 요구는 높아져갔다.

이에 케이워터(K-water, 한국수자원공사)는 정부와 지역주민, 관계 기관 등과 머리를 맞대고 2017년부터 실증실험과 시범 개방 운영을 추진했다. 수문을 열고 염해 영향과 생태계 변화를 측정했다. 시범 개방은 성공적이었다. 생태 복원이 빠르게 이뤄졌고, 염해로 인한 유의미한 영향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뱀장어와 농어, 숭어와 같은 회귀 물고기가 돌아오며 기수 생태계는 다시 생명력을 되찾았다. 지역민들의 노력도 이어졌다. 연어와 재첩을 방류하며 식물 군락지 복원에 나섰다. 조만간 재첩을 잡던 80년대 이전의 모습들도 상당수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우리에게 낙동강 하굿둑 개방은 새로운 내일로 나가기 위한 절호의 기회다. 이곳에서부터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고 강과 바다를 막았던 기존의 성장 구조에 물음을 던지고, 우리 사회가 공존과 상생의 길로 나갈 수 있도록 반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낙동강에서 시작된 새로운 변화는 기술적 진화를 넘어 경제적 사회적으로도 성장에 대한 인식과 방식을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낙동강 기수 생태계 복원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낙동강 하구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자연성 회복이 모두를 위해 더 나은 길이라는 경험을 국민과 공유한다면, 자연의 이자로 살아가는 시대를 조금 더 빨리 싹틔울 수 있을 것이다. 케이워터는 낙동강 기수 생태계의 성공적인 복원을 위해 개방 운영에 따른 모니터링과 데이터 분석, 기술지원에 이르기까지 면밀한 대응을 펼치고 있다. 낙동강 하구 복원이 자연의 원금을 되찾고,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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