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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등록 2022-03-07 16:28수정 2022-03-07 16:36

왜냐면
지난해 3월8일 113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민주노총이 청와대 앞에서 여성과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등이 함께 하는 ‘성평등 연대 투쟁’ 선언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지난해 3월8일 113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민주노총이 청와대 앞에서 여성과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등이 함께 하는 ‘성평등 연대 투쟁’ 선언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성효용 |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성가족부의 존폐가 다시금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17대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도 여성가족부의 통폐합은 1순위였으나 여성단체들의 반대로 유지되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양성평등의 실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합리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양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했지만, 다양한 영역에서의 차별과 불공정은 더 높은 단계로의 발전을 제약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성격차지수(GGI)는 전체 156개국 중 10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장지수는 2013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이들 지수는 경제활동의 참여와 기회, 교육 성취도, 정치 권한 부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데 우리는 국회의원, 4급 이상 일반직 국가공무원, 관리자 등의 여성 비율을 비롯하여 임금, 고용률과 같은 노동시장 지표에서 성별 격차가 크다.

지난날 지역 갈등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제약했다면, 오늘날에는 엠제트(MZ)세대의 젠더 갈등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이 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세대로 워라밸을 추구하면서 자기 관리는 물론 업무 자체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이들은 무엇보다 공정의 가치를 중시한다. 하지만 여성들은 출산 및 육아로 경력단절과 모성 페널티를 경험하고, 주요 업무와 승진심사에서 배제되거나 불이익을 받는 유리벽과 유리천장에 부딪히게 된다. 이는 2030 청년세대가 중년이 되면서 젠더 갈등을 주장하는 성별이 바뀌는 원인이기도 하다.

유리천장의 문제와 관련하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은 지속가능한 전략, 주주 가치의 제고, 기업투명성과 함께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이 증가하면 좀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혁신 활동이 촉진되고 기업의 재무성과가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이사회에서 다른 관점의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상징적인 한명이 아니라 30% 이상의 여성 이사가 필요하다.

2020년 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라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주권상장법인은 올해 8월부터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확보해야 한다. 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 조항은 중소기업 및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사회의 여성 이사 비율이 30%까지 높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양성평등이 비교적 잘 발달한 북유럽 국가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고, 합계출산율도 1.5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양성평등은 여성인권 존중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여성 인력의 확보가 주된 동기다. 일·생활 균형을 위한 인프라 구축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성평등을 통한 인적 자본의 효율적 활용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한 것이다.

2021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0.81명을 기록하였고,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향후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양성평등은 지속가능한 성장은 물론 삶의 질 향상과 공정사회의 실현을 위한 핵심 과제이다.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고 확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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