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허승은 |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
지난 3월2일,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 채택을 결의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가장 의미있는 녹색 합의라는 평가다.
세계 각국은 수년 전부터, 플라스틱 사용 규제를 강화해왔다. 일회용 플라스틱 품목을 지정해 시장 출시를 금하거나, 플라스틱세를 부과해 사용을 줄이려고 유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수준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2040년까지 해양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오염의 연간 비율을 불과 7%밖에 줄이지 못한다. 사태의 심각성은 플라스틱 없이 사업 영위가 어려운 코카콜라, 유니레버 등 글로벌 기업조차도 공동 성명을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효성 있게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근원부터 해결하는 총체적이면서도 국제적인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1950년부터 70년 동안 83억톤의 플라스틱을 생산했다. 그중 63억톤이 폐기되었는데, 재활용된 것은 9%에 불과하다. 제대로 분리배출하면 재활용되겠거니 믿지만, 재활용은 극히 일부이고 재활용되더라도 고품질 소재가 되지는 못한다. 오랜 기간 썩지도 않고 재활용 또한 어렵다면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을 줄이는 것만이 해결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글로벌 기업과 국제사회의 노력을 무색하게 하는 이들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 바로 하루 1천만개의 배달용기 쓰레기가 쏟아져도 꿈쩍하지 않는 한국의 배달산업이다. 특히 배달앱은 코로나19 이후 초성장 산업이 되었다. 배달 주문량은 꾸준히 증가해 2017년 2조7천억원 규모였던 거래액은 2021년 25조원을 넘어서며 10배의 성장을 거뒀다. 배달음식 주문량이 증가한 만큼 플라스틱 배달용기 쓰레기가 늘어난 것은 당연한 이치다.
2020년 생활폐기물 중 플라스틱 발생량은 전년 대비 18.9% 증가했고, 포장·배달용기 생산량도 19.7% 늘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배달음식 이용자 1인당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은 연평균 1341개다. 이는 국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의 12% 수준이다.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포장·배달용기 사용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플라스틱 배달용기 사용 저감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플라스틱 쓰레기 대책이 모두 무의미함을 뜻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배달 쓰레기 문제는 사회적인 이슈로 불거졌고, 시민들은 배달 플랫폼의 책임을 촉구했다. 배달앱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배달의민족’을 상대로 1만 시민 서명을 전달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그들은 답이 없다. 시민이 요구한 다회용기 서비스 도입, 일회용 배달용기 감량 대책에 대해 어떠한 대책도 없다. 녹색연합은 시민의 요구를 모아 배달의민족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 독일 본사에도 서한을 보냈지만, 마찬가지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세계 약 50개국에서 서비스를 하지만, 정작 본사가 있는 독일에서는 사업을 철수했다. 독일은 배달서비스 비용이 많이 들고, 배달 노동자를 보호하는 노동법이 적용되고, 또한 플라스틱 쓰레기 규제도 심하기 때문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한국에서 발생한 수익을 가져갈 뿐 노동자의 권리도, 넘쳐나는 쓰레기에도 관심이 없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회에서 기업이라고 무사할 수 있을까. 글로벌 기업까지 나서서 산업 생태계를 걱정하는 이때, 한국의 기업은 시민의 요구에 왜 대답이 없는가. 단호히 요구한다. 국민들이 배달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달산업은 달라져야 한다. 응답하라 배달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