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조상희 | 건국대 교수·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대통령 선거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없애기 위한 개헌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랐으나 선거 승리와 그 이후의 권력 행사에만 골몰한 나머지 논의가 실종되었다. 이에 필자는 1987년 헌법(헌법 제10호) 개정 논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법부 독립과 행정부와 입법부의 완전한 분리에 꼭 필요한 내용을 제안한다.
우선 사법부가 독립되기 위해서는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대통령 임명제를 폐지하고 선출제로 변경해야 한다. 현재 국회 동의를 구하는 방식은 거대 여당과 이 문제에 무관심한 야당 때문에 별로 효력이 없다. 그래서 임명직이 선출직을 심판할 수 있느냐는 막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대법원장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고, 대법관은 법조인을 중심으로 한 선거인단에서 선출하든지 국회에서 선출하여야 한다. 놀라지 마시라. 4·19 혁명 이후 만들어진 1960년 헌법(헌법 제4호)에서 이런 헌법 개정이 있었다. 당시 헌법 제78조는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법관의 자격이 있는 자로써 조직되는 선거인단이 이를 선거하고 대통령이 확인한다. 전항의 선거인단의 정수, 조직과 선거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써 정한다. 제1항 이외의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결의에 따라 대법원장이 임명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헌법 개정을 위한 국회 본회의 제1독회(1960. 6. 10) 회의록을 보면 “셋째는 사법의 독립을 위해서 여태까지 대통령이 임명제로 하던 그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선거제로 하도록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분명히 기재되어 있다. 물론 5·16 군사쿠데타 이후 이 헌법이 한 번도 시행되지 못하고 바로 개악되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임명하는 방식은 진정한 삼권분립과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폐지되어야 한다. 최근 문제가 지적된 법관들의 재판 행태를 시정하기 위한 방법은 임명 절차에서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본다.
그리고 행정부와 입법부의 진정한 분리 운영을 위해서는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 제도를 없애야 한다. 의원의 장관 겸직은 박정희 전 대통령 3선을 위해 만들어졌던 1969년 헌법(헌법 제7호)에서 규정된 것이다(1948년 제헌헌법 이후 대통령의 1차 중임 규정이 1969년 헌법 제69조에서 대통령의 계속 재임은 3기에 한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1969년 헌법 제39조는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공사의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이전의 헌법 제39조의 “국회의원은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지방의회의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공사의 직을 겸할 수 없다”를 수정해 버렸다. 이로 인해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이 시작된 것이다. 3선 개헌의 논란 와중에 슬쩍 겸직 조항을 집어넣은 것에 대하여 당시 김대중 의원이 국회 본회의 헌법 개정안 논의(1969. 9. 10)에서 “만일 국민 중에 3선 개헌은 찬성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국무위원 겸직하는 것은 절대로 반대다, 삼권분립이니까 국회의원이 해서 안 되겠다 하는 소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투표하라는 얘기냐”며 3선 개헌 자체를 반대하면서 겸직 조항을 질타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은 진정한 삼권분립에 반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장관에 임명된 국회의원이 자신은 장관 이전에 국회의원이라고 노골적으로 강변하는 것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견제와 균형을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라고 본다. 대통령제 통치구조의 기본원칙에도 어긋난다.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분리 원칙에 반하는 것이므로 개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