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김범철 |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명예교수·전 한국하천호수학회장
탄소 배출 저감은 이제 우리나라가 직면한 과제로 다가서고 있다. 수력발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로는 가장 우수하지만, 국토가 작아 수자원이 적은 한국에서는 그 양이 많지 않은 아주 귀중한 에너지자원이다. 그런데 완성된 수력발전소를 20년째 가동하지 않는 곳이 있다. 평창에 있는 도암댐이다. 남한강 최상류에 유로변경식으로 건설되었는데 태백산맥을 뚫어 강릉으로 방류함으로써 600m에 이르는 큰 낙차를 얻는 발전소이다. 그런데 상류에 경사진 밭과 공사현장이 많아, 폭우가 내릴 때면 토양이 침식되어 탁도가 2급수 기준을 10배 이상 초과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자 강릉 지역 시민들이 반대하여 발전이 중단되었고, 그 후 20년이 지났다.
그런데 호수 수질관리를 연구하는 필자의 견해로는 이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오해와 감정적 대립으로 큰 국가적 손실이 발생한 사례이다. 우선 과거보다 유역의 고랭지 채소 재배지 및 공사현장의 탁수 발생이 감소하여 이제는 수질이 강릉시에서 요구하는 2등급에 근접하고, 탁수가 발생하더라도 응집수처리제를 투여하면 호수 내에서 부유 토사를 침강시키고 1급수의 맑은 물을 방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응집제란 미세 입자들이 달라붙어 큰 입자를 만들어 빨리 침강하게 하는 물질이다. 수중의 미세 부유 물질이 침강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응집제를 첨가하면 침강이 빨라지는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다. 다양한 응집제가 개발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명반의 주성분인 알루미늄염 계열이 대표적이며 정수장에서 수돗물을 만드는 데에도 사용된다. 알루미늄염 수처리제는 부유 토사 침강뿐 아니라 녹조 현상을 줄이는 데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어 외국에서는 호수 수질 개선에 널리 쓰이며, 우리나라에서도 농업용 저수지에서 녹조 저감용으로 쓰고 있다. 탁수의 경제적 피해가 큰 도암호에서는 응집제로 토사를 빨리 침강시키는 것이 최선의 친환경적 대책이다.
미국 뉴욕시 상수원 저수지에서는 조금만 탁수가 유입하더라도 응집제를 투여하여 저수지에 침강시킴으로써 정수장에 탁수가 유입하는 것을 막고 있다. 원수의 탁도가 낮으면 정수공정에서 응집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므로 정수 약품도 절약하고 수돗물의 잔류알루미늄도 줄이는 효과가 있어 저수지에 응집제를 첨가하는 것이다. 알루미늄염은 지구에서 세번째로 많은 토양의 주요 원소이다. 독성이 없어 지난 100년간 정수공정에서 쓰이고 있고, 위장약으로도 사용하는 안전성이 입증된 물질이다. 호수에 침강하더라도 오염 우려가 없어 퇴적물을 제거할 필요도 없다.
필자는 도암댐에서 응집제를 사용하자고 건설 초기부터 제안하였으나 어떤 이유인지 채택되지 않았다. 물론 유역의 토양관리를 철저히 하여 탁수가 근원적으로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지만 이는 수십년이 걸릴 장기대책이다. 응집제는 탁수가 발생할 때만 첨가하는 임시대책으로 물이 맑아지면 언제든 중단할 수 있다.
도암댐의 발전 방류구에 유량변동을 줄이는 조정지를 만들어주면 강릉 남대천의 유량도 안정시켜 수생태 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수량이 풍부한 경관 좋은 하천이 만들어질 것이다. 탄소 저감 친환경 발전과 함께 물이 부족한 영동 지역에 수자원도 공급하는 일석이조 이익을 줄 수 있는 시설이 활용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