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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국민 소통

등록 2022-03-21 18:11수정 2022-03-22 02:31

[왜냐면] 정민걸 |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전 국민 소통을 위해 구중궁궐인 청와대로 들어가지 않고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하였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며, 문재인 대통령이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하였지만 뜻을 접고 구중궁궐 시대를 이어온 것이 생각난다. 집무실과 관저를 용산으로 옮기겠다는 당선자의 결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집무실과 관저의 위치를 두고 당시와 다름없는 논란과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다.

정치가 말하는 국민 소통이 무엇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소통’이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과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으로 뜻풀이되어 있다. 전자는 주체자의 의지대로 방해받지 않고 추진해나가는 일방의 소통을 말한다. 후자는 타자의 의사까지 고려하여 갈등 없이 일을 풀어나가는 양방의 소통을 말한다. ‘소통’이라는 말은 이렇게 상반된 뜻으로 사용된다.(전자의 쓰임은 자신의 의지를 이루고자 하는 본성적 욕구가 반영된 것이고, 후자의 쓰임은 사람들 사이의 욕구 충돌을 해소하고자 하는 사회적 바람이 반영된 것이다.)

정치에서 언급되는 국민 소통은 양방의 소통이어야 한다. 그런데 왕왕 국민 의사와는 무관하게 정치적 의지를 관철하고자 할 때, 국민 소통이라는 수식어를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소통을 일방에서 양방으로 바꿀 수 있을까? 국민과의 소통이 단순히 집무실과 관저의 위치에 종속된 것일까? 집무실과 관저라는 외형이 국민 소통의 주된 요인이 될 수 없다. 원활하게 국민 소통이 이루어질지 아닐지는 그곳에서 일하고 머무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집이 시장통 한복판에 있더라도 주인이 겹겹이 구중의 문을 달고 은둔하는 구중궁궐이 될 수 있으며, 외딴곳에 있더라도 주인이 문을 활짝 열고 외부인이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인산인해의 소통을 이루는 장이 될 수 있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면,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하거나 경호와 보안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의 세금 수백억원이 소요될 것이다. 기존 시설을 사용하던 인력들이 옮겨 가야 할 시설을 마련하는 데에도 세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게다가 집무실과 관저가 떨어진다면 매일 반복되는 대통령 출퇴근 시 교통 통제와 경호 등으로 출퇴근길 주변에 사는 주민의 삶이 편치 못할 것이다.

국정으로 바빠 청와대에만 머물지 않을 대통령이 직접 국민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라면 무리하게 집무실을 이전하기보다는 현 청와대를 리모델링하여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 부담을 줄이며 소기의 뜻을 이루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방법이다.

시위하는 국민의 소리를 듣고 시위 현장의 국민을 쉽게 직접 만나고 싶다면 청와대 입구 바리케이드를 없애고, 청와대 정문과 건물 사이에 크게 비어 있는 조경이 잘된 공간을 시민광장이나 공원으로 조성하고 상시 개방하자. 이 광장에서 국민이 일상적으로 여가를 즐기지만 때때로 시위할 수도 있게 하자. 그렇게 하면 대통령이 국민의 소확행을 알게 되고, 국민 삶의 당면한 걸림돌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장소를 탓하며 절대 청와대로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로 다른 곳에 경호와 보안이라는 겹겹의 중문이 있는 새 구중궁궐을 짓는다면, 국민 소통의 진정성이 의심받게 될 것이고 국정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국민이 경호와 보안의 구중궁궐에 사는 대통령을 찾아가는 소통이 아니라, 대통령이 전국 곳곳의 국민을 찾아가는 소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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