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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검찰개혁 요구 외면하지 말아야

등록 2022-03-23 18:43수정 2022-03-24 02:31

윤석열 시대, 잇단 ‘검찰권 강화’ 움직임

[왜냐면] 이윤제 | 명지대 법대 교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정권교체의 주된 원인이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였던 검찰개혁 실패도 민심을 잃는 데 일조하였다. 문 정부의 검찰개혁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국민의 80% 정도가 고위공직자범죄를 전담하는 공수처 설립을 지지하였지만, 검찰권을 축소하고 경찰권을 강화하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그다지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민주화, 다원화, 전문화되는 현대사회에서 검찰에 과도한 권력이 집중된 시스템이 계속 유지될 수는 없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했고, 그것이 시대의 요구였다.

그런데 문 정부는 검찰개혁을 너무 서둘렀다. 충분한 준비 없이 출범한 공수처는 성과가 미미했고, 부적절한 행태까지 보였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형사사법시스템을 건드리는 것이어서 정교한 접근이 필요했지만, 경찰이 필요한 수사능력을 갖추기도 전에 검찰의 역할을 갑자기 축소해 버렸다. 공수처와 경찰 수사는 지연되거나 부실했고, 검찰은 권한을 행사할 수 없거나 행사를 꺼렸다. 엘에이치(LH) 부동산 투기 수사는 별 성과가 없었고, 대장동과 고발사주 의혹은 진실을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은 ①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하여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총장에게 독자적 예산편성권을 부여하며 ②수사 지연을 막기 위하여 검사의 보완수사권과 경찰에 대한 송치요구권을 부여하고 ③공수처의 우선적 관할권을 폐지하고, 추후 제 기능을 못 하면 공수처를 폐지한다는 것이다. 당선 후에는 ④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을 총괄하고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⑤경찰·법무부가 인사 검증을 담당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과 송치요구권에 대해선 검찰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주장이 있으나, 설사 그런 효과가 있더라도 이것은 그동안 국민에게 불편을 주었던 제도를 시정하는 개선책이다.

반면 법무부 인사 검증의 구체적 방안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결국 검찰이 인사 검증을 명분으로 정보수집권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보인다. 공수처의 우선적 관할권이 폐지되면 공수처의 활동은 더 위축될 것이고, 국민들은 더 실망할 것이다. 국민의 지지로 설립된 공수처를 폐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윤 당선자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의 독립적 예산편성권 부여, 민정수석실 폐지의 목적이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 보장이라고 설명한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이 검찰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는 중요한 통로이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에 대한 권한을 축소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는 경우에 발생할 상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상반되는 예측이 있을 수 있다.

첫번째 예측은 대통령과 검찰을 연결하는 중개기관이 감소됨으로써 대통령과 검찰의 사이가 멀어지고 검찰의 독립이 강화된다. 독립된 검찰이 반드시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제도적 보장은 없다. 두번째 예측은 대통령과 검찰을 매개하는 통로는 줄지만, 대통령과 검찰의 사이가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과 검찰이 직접 결합할 수 있게 된다. 대통령에 대하여 검찰 통제의 책임과 의무를 지는 국가기관의 역할이 축소됨으로써 대통령이 검찰권 행사의 적절성과 적법성에 대한 다른 국가기관의 검토와 지적으로부터 견제를 받지 않고 쉽게 자신의 뜻을 검찰이 이행하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

위 두 가지 예측 중 어떤 것이 현실화되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의 독립적 예산편성권 부여, 민정수석실 폐지, 법무부의 인사 검증, 공수처 우선적 관할권 폐지의 공통점은 검찰권 강화이다. 윤 당선자가 전 정부의 적폐를 수사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미리 검찰권을 강화하고, 검찰권 행사에 장애가 될 만한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윤 정부는 문 정부 검찰개혁의 시행착오와 문제점을 시정하고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바꿔서는 안 될 것이다. 검찰권이 비대해지면 권한 남용, 비효율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막강한 검찰권의 회복은 아닐 것이다. 문 정부는 시장에 대항했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에 실패하였다. 윤 정부는 역사에 대항하지 않고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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