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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논란, 소통이냐 안보냐

등록 2022-03-28 18:44수정 2022-03-29 02:31

[왜냐면] 이영석 | 전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광주시 시민권익위원회 위원

그곳이 어떠한 곳이길래 국민과의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일까. 청와대 주변에서 학교를 다녔고, 용산 미군 주거단지의 건설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합동참모본부 이전 예정지인 남태령 주변에서 장기간 거주한 필자로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방과 후 청와대를 가로질러 광화문 앞 버스정류장까지 청와대 정원과 광장을 즐겁게 산책하던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용산은 한국 속 이국적 영토로 남아 있다가 시민공원이 되어 돌아온다고 해서 환영했던 기억이 난다. 남태령은 조선시대부터 한양에서 충청, 전라, 경상도 삼남으로 통하는 유일한 도보길이었고, 수도방위사령부가 있어 서울을 지키고 있다. 이 세곳은 정치 안보의 중심지로서 행복도시로의 이전이 불가능한 국가의 중추 기능을 맡고 있다.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의 공간이 청와대란다. 청와대는 미국의 백악관과 견줄 수 있는 대한민국의 상징적 국가 브랜드다. 다우닝가나 엘리제궁 같은 집무실은 평지에 건립되어 공원들과 가까운 곳에 입지하고 있다. 청색의 한옥 기와집이 넓은 평지에만 있었다면 그토록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뒤의 북악산이 병풍 같은 손길로 감싸주기 때문이며, 이는 국가원수의 안위를 보장하는 근거가 되었다. 서울이 아름다운 것은 역사적 문화자산으로 가득 차 있는 축복도 있지만, 도시 안에 높은 산과 하천이 함께 이루는 금수강산의 대표적인 입지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인가 대통령인가. 청와대 이전은 누구와 협의해야 하는가. 국민, 현 대통령, 전직 혹은 미래의 국가원수가 될 수도 있다. 다우닝가는 말할 것도 없고 백악관이나 엘리제궁의 입주자들은 불만이 많아도 공간을 조정해가며 국민을 존중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임무를 완수하였다. 의미가 막중한 공간을 단기에 이전 논의 한다는 것은 국가의 미래개발 수단인 도시계획의 절차적 무용론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미군과의 협의는 기약 없는 미래다. 용산 미군기지의 이전이 5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기지의 오염된 땅을 서둘러 받아 공원만 조성하면 될 일은 아니며, 공원 조성에 또 수년이 소요될 예정인데 공원에서 국민과 소통한다는 게 임기 내에 가능할 것인가? 집무실 이전도 국민의 의견을 최소한 수렴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진정한 소통의 시작은 아닐까. 또한 서촌과 북촌의 경복궁 주변은 조선 이래 600년 넘게 상징적인 역사문화공간이므로 인왕산과 북악산의 전경은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되어야 할 것이며, 용산은 국가공원의 입지만으로도 천혜의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는데 부동산 개발 논쟁이 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도제한이나 추가 안보시설 등은 기존의 규제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므로 공원이 조성되어도 변화의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국제 정세의 변화와 코로나 상황에서 차기 정부의 가장 중요한 부처는 외교부와 국방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도시개발에서 협의가 어려운 부처가 국방부인데, 그동안의 장벽은 허세였나, 사람에 충성하는 것인가? 안보와 국방을 맡는 주요 부처를 몰아내고 대통령 집무실로 하겠다는 생각은 철거하고 재개발하는 식의 권위주의적 발상이요, 국가와 국민의 수호자에 대한 멸시다. 청와대 경내의 개방은 지금도 예약을 받아 이뤄지고 있다. 소통을 위해서라면 청와대의 개방 공간을 추가하거나, 경복궁의 후정에서 청와대의 전정과 연결될 수 있으면 충분하다. 국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이 진정한 소통이며, 국민이 느끼지 못할 때가 정치의 태평성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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