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박용환 | 경기도 용인 성복초등학교 전 운영위원
학교운영위원회나 학부모회 활동에 참여해본 학부모들은 알지만 이러한 활동은 현재 100퍼센트 ‘무보수 봉사직’이다. 현행 각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학교운영위원회 및 학부모회 조례에는 ‘위원에게 회의, 연수 등 참가에 따른 교통비 등 실비를 공무원 여비규정에 준하여 예산의 범위에서 지급할 수 있다’, ‘학교의 장은 학부모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하여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등 내용이 있다. 그러나 이는 강행 규정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실제 회의 참석비나 교통비 등의 보수를 지급하는 학교는 거의 없다. 왜 학부모들은 학교 활동에 무보수 봉사직으로 참여해야 하는가? 이러한 기존 무보수 봉사 활동에 이의를 제기한다.
필자도 1년 정도 학교운영위원을 했는데, 운영위원을 ‘제대로’ 하려면 정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한번 회의에도 수십 건의 안건을 처리하는데, 이를 제대로 검토·심의하고 처리하려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운영위원회 및 학부모회에 대한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대부분 학교에서 올린 많은 안건에 대해 심의가 부족한 상태로 그대로 통과시킬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학교가 민주주의를 배우는 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부모들이 먼저 민주주의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데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배우고 실천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년 동안 많은 학부모들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에서 묵묵히 수고해오셨다. 정말 눈물 나게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 이런 관행은 극복되고 개선되어야 한다.
아파트 동대표 회의에 참석해도 여비를 지급한다. 개인적으로 귀한 시간을 내서 참석하고 자료를 검토하고 심의하는 만큼, 이에 따르는 기본 여비가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교육과정 및 제반 교육환경을 위한 학부모들의 참여를 무보수 봉사로 당연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각 교육청에는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를 유도하고 지원하기 위한 학부모지원센터 등의 조직이 있다. 그런데 학부모를 지원하기 위한 이러한 별도의 조직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간접비용에 예산을 쓰기보다는 학부모의 직접적인 참여 활동에 따르는 비용을 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사회는, 학부모의 학교 참여 활동에 최소한의 보수마저 주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는데, 이런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운영위원이든 학부모회 임원이든 회의 참석비 및 교통비가 지급되어야 하고, 나아가 각 단체의 임원들에게는 활동비도 지급되어야 한다. 단순히 돈을 받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학부모가 학교 운영의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참여자를 넘어 당당한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하는 ‘학부모의 권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