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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임대차3법, 성급한 폐지·축소 주장 경계해야

등록 2022-04-04 16:06수정 2022-04-05 02:36

인수위가 키우는 임대차3법 논란
심교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부동산 태스크포스 팀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심교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부동산 태스크포스 팀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왜냐면] 이민서 | 변호사

이번 대선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은 분야는 두 거대 정당 대선 후보의 부동산 정책이었다. 현 정권의 결정적 패인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예측과 판단이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시장의 속성을 외면한 정책이 의도와 상반되는 부작용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개정법)상 계약갱신요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이하 임대차3법)가 전세매물 품귀로 이어져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유발했다는 비판은 신문기사의 단골 메뉴였다.

개정법상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는 잘못된 입법인가? 어떠한 방향으로 개정함이 바람직한가? 해답은 간단하지 않다. 구 주택임대차보호법하에서는, 임대차 기간은 최소 2년 보장되나, 기간 연장을 희망하는 임차인은 반드시 임대료를 임대인이 원하는 수준까지 올려주어야 했다. 임차인 평균 거주기간이 짧다는 비판이 컸고, 이를 받아들여 임차인이 갱신요구권 행사 시 2년 더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다. 갱신시 기존 임대료의 5%를 초과해 증액할 수 없도록 바뀌었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 대도시에서도 물가상승률을 뛰어넘는 임대료 상승은 계층갈등을 부추겼기에, 각국은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을 인정하거나 임대 기간을 장기로 보장하였고, 일부 도시는 임대료를 일정 비율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였다. 개정법은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갱신요구권 제도는 경제적 약자의 주거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는 데 필수적 진전이라고 평가된다. 외국 입법례에서도, 상업용 건물 임대료와 기간에 대해선 사적 자치를 존중하면서도 주거용 건물에 대한 임차인의 주거권은 임대인의 재산권에 비해 더 강한 보호를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불과 2년 만에 이를 전부 폐지하자는 결론이, 충분한 학술적 통계적 검증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갱신요구권 행사 시 임대료 상한을 5%로 규정하는 방식이 부동산 공급 부족과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면, 임대료 규제의 형태와 범위를 다르게 조율할 필요는 있다. 미국 뉴욕시와 같이 강한 형태의 임대료 규제안을 고수할 경우, 민간 임대주택 투자 유인 감소로 인해 임대주택 물량의 공급감소가 유발되어, 규제 대상 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은 장기 거주의 이익을 누리지만, 비규제 대상 주택에 거주하는 대다수 임차인들은 더 높아진 임대료에 시달리는 문제가 지적되었다. 이러한 비판을 감안해 다른 대도시(예를 들어, 워싱턴디시 및 캘리포니아주)는 뉴욕시의 강한 통제책보다 좀 더 완만한 규제안을 선호했다. 우리나라도 다음과 같은 방안은 고려해볼 수 있다.

첫째, 좀 더 현실을 반영해 임대료 규제의 예외를 더 넓고 유연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임대인의 이해도 반영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의 인프라에 대한 기초 투자를 했다면, 임대료를 규제 한도보다 더 증액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임대주택을 임대인들이 공급할 유인을 주는 방안이다. 둘째, 임대료 규제의 적용을 지금처럼 보편적으로 전국 단위로 할 것이 아니라, 물가 상승률 또는 건축비 상승률이 평균을 훨씬 크게 상회하는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방안이다. 이는 지방자치제 전통이 강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동의하는 방식이다. 셋째, 임대료 규제 상한도 5%로 고정하는 것보다, 시장 흐름을 살펴 시행령에 의해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갱신요구권을 없애는 대신 최소 임대 기간을 3년으로 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는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 1년의 차이가 유의미한 변화인지 의문은 남는다. 갱신요구권을 인정해 5% 미만 임대료를 인상한 임대인에게 세제상 인센티브를 주자는 인수위원회안도 법령에 의해 부과된 제약에 가외의 보상을 약속한다는 점에서 현행 법령과 모순되는 면이 있다.

물론, 현재보다 좀 더 지속 가능한 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하는 다양한 시도는 필요하다. 그러나 시행시 노출된 단기적 시장 반응만 살펴, 성급한 폐지 또는 전면 수정을 결정한다면 그 방안 역시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다른 국가의 대응을 참고해, 우리나라에 알맞은 처방을 고민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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