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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행정안전부가 책임지고 나서야

등록 2022-04-13 15:44수정 2022-04-14 02:06

또 다른 ‘대장동 사태’ 막으려면
경기도 성남 대장동 일대의 전경.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 대장동 일대의 전경. 연합뉴스

[왜냐면] 윤정수 | 윤정수도시개발연구소장·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감사원이 지난 3월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지방자치단체의 민관합동 개발사업을 점검하는 감사계획을 보고했다. 감사원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공기업, 민간 사업자 간의 민관합동 개발사업 추진 과정 전반을 체계적으로 점검해서 사업 비리를 적발하고 구조적 개선점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인 지난 3월11일부터 도시개발법 시행령 및 도시개발 업무지침 개정안 등에 대한 입법 및 행정 예고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4일 ‘민관 공동 도시개발사업의 공공성 강화 방안’ 발표, 12월9일 도시개발법·주택법 개정안 통과에 이은 후속 조치다. 대장동과 같이 민간 사업자에 대해 터무니없는 이익배당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민간 이윤율의 상한을 총사업비 기준 10% 이내로 제한하고, 업무상 배임을 막기 위해 도시개발사업의 절차와 방법을 신설하는 등 중앙정부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대장동 사태와 같은 부정부패가 과연 이러한 법적, 행정적 조치로 해결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이런 조치가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첫번째, 지자체의 민관합동 도시개발사업을 실질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지방공기업법이다. 이 법에서는 ‘신규 투자사업의 타당성 검토’(65조의 3)와 민관합동 개발 관련 ‘다른 법인에 대한 출자’(54조)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사업 전체의 효과와 이익에 대해서만 신경을 쓰고 있지 민간 사업자 이익 배분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지자체의 도시개발사업 모두에 적용되는 지방공기업법의 개정과 보완이 필수적이다.

두번째, 민관 공동 도시개발사업에서 가능한 한 민간 투자를 공공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대장동 사업에서 민간 사업자 대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파트너로 참여해서 막대한 개발이익을 가져갔다면 이렇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개발이익 사유화가 아닌 공공이익 환수에 해당하고, 임대주택 건설도 용이했을 것이다.

지방에서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개발이익 지역 내 환수 동기가 가장 크다. 그래서 그동안 지방 도시개발사업을 두고 지방 공사와 엘에이치가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경쟁하는 측면이 강했고 갈등 소지가 컸다. 이제는 지방에서 주도하는 도시개발사업에 엘에이치가 주 사업자가 아닌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지난해 3월 엘에이치 부동산투기 사태가 터진 이후 지금까지도 엘에이치 조직개편 등 핵심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차기 정부에서는 지방의 도시개발사업과 연계하여 엘에이치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세번째, 지방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국가 지원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지방 도시개발사업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방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행정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자체와 지방 공사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들은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고 사업 추진 경험도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도시개발에 필요한 투자자금 부족은 가장 큰 문제이다. 그동안 지방에서는 이런 문제를 각자 알아서(?) 해결해왔다. 지방 도시개발사업을 더 이상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은 지자체와 지방 공기업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에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네번째,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방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지난해 터진 대장동 사태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인천, 안양, 김포, 오산 등 전국의 지자체에서 다양하게 도시개발 공모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고, 심지어는 특정 세력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지방의 도시개발사업 실태를 조사·연구하여, 지방공기업법 개정 등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지방 공기업의 도시개발사업을 제대로 지원하는 대책이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 국토부의 도시개발법 개정이나 감사원의 감사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대장동 사태는 우리 사회를 뒤집어놓았다. 정부 각 조직이 여론의 질타를 피하고자 부분적인 접근으로 임기응변해서는 안 된다. 민관합동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와 지방 공기업을 관할하는, 궁극적 주관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책임을 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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